기업 '눈도장 문화'부터 바뀌어야 스마트워크 성공

기업 '눈도장 문화'부터 바뀌어야 스마트워크 성공

지영호 기자
2011.05.30 10:06

[머니위크 커버]스마트워크 시대/ 정착 위한 조건

“눈앞에 자주 보이는 사람에게 평가를 더 주면 안 된다. 실적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스마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스마트워크 포럼에서 초대 의장으로 선임된 석호익 KT부회장(CR부문장)은 머니투데이 신년 대담에서 스마트워크 정착의 전제조건으로 업무 방식 변화를 들었다. 기술이 아니라 문화라는 얘기다.

스마트워크는 근로자의 생활개선과 더불어 여성이나 고령자, 장애인 등 경제소외계층을 경제활동인구로 유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대면방식의 기업문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형태나 환경이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 집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원격근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이동근무가 모두 스마트워크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이나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스마트워크 활용국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한 IT강국 한국에서 스마트워크 활용은 변변치 않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322만여개 전체 사업체 중 원격근무를 도입한 사업체는 0.8%에 불과하다. 회사법인만 놓고 보자면 3.2% 수준이다.

◆한국 특유의 인사문화 바뀌어야

기업에 스마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는KT(68,900원 ▲3,000 +4.55%)직원들은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과의 첫번째 미팅에서 스마트워크 인프라나 솔루션 관련 자료를 가져가지 않는다. 대신 CEO가 기존의 기업문화를 깰 의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자사의 상품설명은 스마트워크에 대한 개념 정도뿐이다.

그만큼 스마트워크 실행여부는 인사권자를 비롯한 임직원 전체의 마인드 혁신이 절대적이다. 아무리 직장인에게 ‘하늘이 주신 제도’라고 해도 기업의 보수적인 업무관행을 깨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면 위주의 보수적 인사관행이다. 스마트워크 전도사인 석 부회장은 “과거 정치권 출신 모 장관이 결제를 받으려고 국회 앞에 줄 서 있는 직원들을 보고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호통을 친 적이 있는데, 정작 서면 보고한 직원들은 전부 지방으로 쫓겨났다”고 한국 특유의 인사문화를 예로 들면서 “인사제도, 성과평가제도가 전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년 대담에 함께 참여했던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역시 “책상에 몇시간 붙어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적이 중요하다”면서 “눈도장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한국의 보수적 기업문화를 지적했다.

◆평가제 문제점은 인프라로 극복

막상 스마트워크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이들의 대부분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문제삼는다. 대리 이하 평사원도 거부감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괜히 스마트워크나 유연근무제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업무평가에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고심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에서 새겨둬야 할 격언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지난해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을 상대로 스마트워크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전히 스마트워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절반에 가까운 이들(42.8%)이 도입을 걱정한다. 이들은 조직력 저하(35.2%) 직원 관리 문제(23.3%) 업무 태만(23.3%)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9월 국내 기업 중 사실상 처음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KT 역시 기업 저변에 깔려있는 선입견을 우려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근태관리나 업무평가의 어려움에서부터 직원의 통제 불능 사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인프라로 해결했다. 이석채 회장의 혁신 선언 이후 지난해 2월 탄생한 업무수행관리 및 지식경영시스템 위드(with)가 결정적이었다. 위드에 접속하면 직원 개인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추진 과정과 업무 책임자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외부에서의 정보 유출 문제는 접속인증절차를 거치는 등 사내망에 적용된 보안툴을 그대로 적용했다. 일종의 눈치 보기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스마트워크는 팀장급이 주도하도록 했다. ‘윗사람이 실천해야 아랫사람이 눈치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아직 평가를 하기에 시기상조이기는 하지만 3만2000명의 직원 중 2만명(62.5%)이 스마트워크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워크 성공여부는 도구와 문화의 변화가 맞물려야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스마트워크, 아직은 걸음마 단계

‘인식 부족, 법·제도 미비, 통계 인프라 부족, 높은 투자비용’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스마트워크 추진 현황과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해외 선진국가들과 달리 도입률이 낮고 성공 사례가 적은 이유로 위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관련법이나 규정 등을 살펴보면 스마트워크는 정체 불명의 단어다. 근로기준법 58조에 재량근무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원격근무자의 자격조건이나 대상, 직무, 장비 구입, 보안 등 구체적인 사항이 없다. 또 원격근무자의 근태관리나 업무성과 평가, 승진심사 등의 인사규정도 없다. 인사상 불이익이 있더라도 항변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초기에 들어가는 시설 투자비용도 기업이 스마트워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스마트워크 센터에는 영상회의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보안장비 및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려면 우선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IT활용도가 높은 교육이나 금융 분야에서 전문직이나 서비스 영업직 등 독립적인 직무를 선정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더불어 “근로기준법을 스마트워크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기업의 스마트워크 환경 조성을 위해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스마트워크 종사자들의 인사 및 성과평가에 대한 불안과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평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2015년까지 민간 450개소를 포함 전국 500개소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4년 뒤 전체 노동인구의 30%가 스마트워크를 실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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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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