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S&P의 냉정한 판단으로 그리스 부채위기가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S&P는 4일 민간 금융회사들이 향후 3년내에 만기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만기 연장해주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결론을 내렸다.
S&P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에 민간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방안으로 제안된 단기 채권을 장기 채권으로 롤오버하는 이른바 '프렌치 플랜'이 자사 기준에 따르면 디폴트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폴트 등급의 채권은 담보로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프렌치 플랜에 따라 유럽 은행들이 보유하게 되는 그리스 국채가 디폴트 등급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이 신용평가사의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유로존 당국자들과 은행들은 지난주 프렌치 플랜이 그리스 신용등급을 디폴트로 강등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렌치 플랜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에 2가지 방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는 앞으로 3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 가운데 50%를 30년 만기 그리스 국채로 롤오버하고 20%는 트리플A 등급을 받은 국가나 기관의 채권에 투자하며 나머지 30%만 원금으로 돌려 받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향후 3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채권의 최소 90%, 바람직하게는 100%를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연율 5.5%의 5년 만기 국채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이 2가지 방안은 그리스에 최대 300억유로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2가지 방안에 대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S&P도 채권 교환이 "재정적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일어나거나 채권자들이 원래 갖고 있던 채권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채권으로 바꿔야 할 때 디폴트로 간주하고 있다며 프렌치 플랜은 디폴트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S&P는 "프렌치 플랜이 제안한 2가지 방안 모두 우리 기준에서는 디폴트에 상당한다"며 2가지 방안 모두 채권 "교환"이 아니라 "유사 채무재조정"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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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일단 그리스에 대한 신용등급을 트리플 C로 유지했지만 "어떤 방안이든 실행되면 향후 리스크 전망을 반영해 조만간 그리스에 새로운 신용등급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리 젠킨스 에볼루션 증권의 채권 대표는 S&P의 발표를 "용감한 결정"이라며 프렌치 플랜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지금 매우 이상하고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며 "이 때문에 그리스 국채를 보증하든가 재매입하는 등 이전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구제금융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S&P의 발표에 대해 "그리스 국채의 롤오버 제안을 거의 좌절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유로존 부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