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특허 전쟁/ 국내 기업 vs 외국 기업
“제3차 세계 대전이 시작됐다!"
미국 IT전문지 <컴퓨터월드>는 스마트폰을 둘러싼 최근의 특허 전쟁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펼치는 진영은 크게 4파. 즉 애플, 노키아·MS, 안드로이드 진영(구글·삼성전자·HTC·모토로라 등), 기술특허 전문기업 진영인데 이들 업체간 물고 물리는 형국이 마치 세계 대전을 방불케한다는 묘사다.
◆삼성-애플, 통신기술 vs 디자인 놓고 ‘세계대전’
시선을 대한민국의 특허전쟁터로 돌려본다면 지난 4월15일 발발한 애플과 삼성간의 ‘특허공방’이 최고의 격전지로 꼽힌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아이폰’의 디자인과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특허권침해금지 청구소송을 냈고,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제소 6일 만에 맞고소로 대응하면서 양사간 특허전쟁이 이제는 미국, 한국을 떠나 일본, 유럽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사의 특허전략과 전술은 애플이 철저히 디자인 표절을 앞세워 삼성 진영을 공격한데 반해, 삼성측은 애플의 휴대폰 통신기술을 공격하는 모양새다.
즉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는 ▲데이터 전송 시 전력소모는 감소시키고 전송효율을 높이는 고속패킷전송방식(HSPA) 통신표준 ▲데이터 전송 시 수신 오류를 감소시키는 WCDMA 통신표준 ▲휴대폰을 데이터 케이블로 PC와 연결해 PC로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케 하는 기술 등을 애플이 침해했다는 것이다.
반면 애플은 삼성이 ▲갤럭시S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한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멀티터치 방식 ▲외쪽에 볼륨버튼 탑재 ▲통화와 사진 등에 대한 아이콘 등을 베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까지 나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에 대해 ‘모방꾼(copycat)’이라며 독설을 퍼부을 만큼 당분간 삼성과 애플간의 특허소송은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의 관계를 살펴보면 양사의 대립이 선뜻 이해가지 않는 구석도 있다.
작년 한해 애플은 소니에 이은 삼성전자의 2대 제품구매처로, 삼성의 반도체 등 전자부품을 6조1900억원어치나 샀다. 올해의 경우 지난 1분기,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제품구매자(2조1500억원어치 제품 구입)로까지 떠올랐다. 애플 역시 그동안 삼성전자의 핵심부부품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 판매해온 터라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쉽게 깨버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삼성과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간 특허공방은 서로 협력관계이지만 경쟁관계에 속한 기업들 사이에서 최근 많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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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방어’아닌 ‘공격’…특허괴물 ‘위협’
특허공방의 주체를 대기업으로 좁혀보면 기업간 특허논쟁 유형은 과거 ‘방어형’에서, 현재는 ‘공격형’이나 ‘수익창출형’ 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과거의 특허가 단순히 사업보호 측면이 강했다면 이제는 지식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특허가 새로운 수익의 원천이 되거나 아예 새로운 사업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IBM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수십년간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두 회사가 ‘특허 공동 활용’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한 것. 이는 최대 글로벌 IT기업인 두 회사의 결합이 새로운 IT 트렌드의 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공통의 목적도 갖고 있다. 즉 삼성전자로서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강함으로써 시장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격력’을 키우게 된 격이다.
특허 시장의 파이가 커져가고 있는 만큼 특허분쟁에 있어 염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제조는 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특허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이를 또다른 기업에 특허권 소송을 걸어 거액의 수익을 챙기는 ‘특허괴물’의 존재가 그것이다. 이들은 특허전문관리회사(NPE·Non Practicing Entity)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 IT분야를 중심으로 이미 상당수 대기업들이 NPE로부터 집중적인 특허침해 공세에 휘말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특허괴물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 특허조사회사인 페이턴트프리덤의 조사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NPE로부터 12건의 소송을 당해 전년(6건) 대비 두배 늘어난 소송건수를 기록했고, LG전자 역시 지난해 NPE들로부터 15건의 소송을 당해 지난 2009년 7건에 비해 두배 이상 소송건이 증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수많은 특허를 다뤄야 하는 대기업일수록 NPE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과거에는 NPE들을 특허괴물이라고 부르며 인식이 좋지 않았으나, 중립적인 관점에서 보면 특허를 활용한 수익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어 국제 NPE에 대한 정보수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삼성, LG ‘필두’ 동국제강 등도 속속 ‘특허시스템’
삼성전자가 애플과 ‘전쟁’을 벌이는 사이 공교롭게 LG전자도 소니와 특허분쟁을 진행 중이다.
LG전자(127,500원 ▼2,400 -1.85%)와 소니 간 갈등은 지난해 말 소니가 LG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LA연방법원에 휴대전화 기술 특허권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비롯됐는데 당시 소니는 “LG가 자사의 특허권을 무단 도용해 휴대전화를 생산했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LG는 지난 2월 "소니가 블루레이 표준기술과 신호수신 및 처리에 관한 기술 등 8가지 특허기술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오히려 ITC에 2건의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이후 소니는 같은 달 또다시 미국 LA 연방법원에 LG전자를 상대로 LCD TV 기술을 포함한 2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지난해 5월 설립돼 특허분쟁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LG특허협의회’를 중심으로 향후 소니의 전방위 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각각 애플-소니와 특허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다른 대기업들 사이에선 특허전략에 속속 전문성을 채워나가고 있다.
실제 몇몇 대기업들은 특허 및 법무 관리에 대한 프로세스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관련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특허관리 시스템’ 장착에 나섰다.
동국제강(11,400원 0%)그룹과 일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을 비롯해한국타이어(24,750원 ▼450 -1.79%),두산인프라코어(13,800원 0%),만도(43,100원 ▲900 +2.13%),LG이노텍(542,000원 ▲42,000 +8.4%)등이 앞다퉈 연구개발(R&D)과 연계된 특허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이어LG패션(25,600원 ▲300 +1.19%),아모레퍼시픽(143,900원 ▲11,700 +8.85%)등 대리점 및 해외에서의 계약 건수가 많은 의류, 생활소비재(CPG)기업들도 특허관리 시스템 도입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한국은 ‘특허 출원 규모 세계 4위’라는 명성과 달리, 기업들의 특허관리 시스템이 미약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잇따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많은 특허를 보유한 데 비해, 수익 창출과 방어 역량은 취약하다”면서 "지난해 미국 특허 등록 건수 1, 2위를 차지한 IBM(5860건)과 삼성전자(4551건)가 특허로 벌어들인 수익을 비교해보면 IBM은 특허로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돈 많이 버는 회사가 특허공격 대상된다”
'국내 1호' 특허전문기업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민승욱 대표

-‘특허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산업분야는.
▶주로 IT기업들 간에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특허공격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만 봐도 그렇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주요 특허 소송의 진원지가 애플이 아닌가. 향후 페이스북 등으로 특허공격의 대상체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있어 특허전략의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특허소송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수십억원 단위의 돈을 갖고 있어야 특허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특허전략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로열티를 달라’고 요구하는 중소기업들에 대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크게 두 가지다. 로열티 비용이 소송비용보다 싸면 중소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할 것이고, 해당 중소기업이 특허소송을 진행할 만큼 많은 돈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그들의 요구를 아예 무시할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특허전략 수준은 어느정도인가.
▶국내 기업들 중 주로 해외수출에 중심을 두는 기업들은 글로벌기업과의 거래가 많기 때문에 특허에 대해 많은 전략과 판단력을 갖추고있어 자기회사에 맞게 잘 대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수 위주의 기업들은 아직도 특허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이 안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