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으로 부채 위기를 모면해 나가고 있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게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정책 입안가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고려 대상조차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17개국인 유로화 사용 통화 연맹에서 그리스가 빠져나갈 경우 경제적·정치적 후폭풍이 워낙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그리스가 일시적으로라도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게 그리스의 채무 상환 비용 감소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최대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지난 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칼럼에서 "일부 국가들이 유로존에서 '안식일'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소속은 유지하면서 임시로 유로존에서 빠져나와 경쟁력을 복구하기 위한 정치적 유연성을 다시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럽개혁을 위한 싱크탱크 그룹 '센터'의 사이먼 틸포드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완전한 연합체로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있는 방안을 강구하긴 힘들다"며 "유로존 탈퇴는 위험을 수반하겠지만 적어도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현재의 부채 덫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은 제공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 포기는 세부적인 현실에서 갖은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 우선 새로운 화폐를 만들고 유통시켜 이를 현재의 환율로 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스가 유로 이전의 자국 화폐 드라크마로 돌아간다면 그리스 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모조리 찾아가며 그리스 은행들의 파산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예금 인출 사태를 대비해 자본 통제 책을 부과해야할 수도 있다. 이는 EU가 고수한 단일시장 원칙에 위배되며 그리스를 더욱 난감한 상황에 몰아넣게 된다.
유로보다 더 취약한 통화로 돌아가면 유로표시 부채 규모도 늘어난다. 즉 갚아야 할 빚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그리스는 지금까지 유럽중앙은행(ECB)이 맡았던 금리 및 환율 정책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법적인 문제 해결도 녹록치 않다. 2009년 조인된 리스본 조약에는 유로존 탈퇴와 관련된 사항은 다뤄지지 조차 않았다. EU 산하의 유럽위원회(EC)가 매우 비상한 사건과 관련해 제안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조항 또한 유럽의회와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만장일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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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씽크탱크 그룹 브뤼겔 연구소의 안드레 사피르 연구원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파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그리스가 금융시장에 접근하지 못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동안 다른 유로존 국가들도 그리스의 뒤를 이어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이란 설명이다.
사피르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엄청난 불확실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우려의 대상이 된) 국가들은 즉시 금융시장으로의 접근이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의 유럽 정책연구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그로스는 "유로존 국가가 유로존을 탈퇴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국의 은행들이 ECB로부터 더 이상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을 때는 탈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