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채무위기 우려가 안전자산인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9일 대서양 양안의 채무 문제뿐만 아니라 계절을 가리지 않는 인도의 금 매수 열기가 최근 금값 급등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여름은 금 비수기다. 지난 수십년간 6월부터 8월까지는 금 수요가 부진해 금값이 통상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다르다. 금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18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했다.
금값이 소폭 조정을 받았던 지난 6월말조차 1478달러가 최저였다. 이는 3개월 전 사상최고가이다. 이 결과 올해는 금값이 통상 약세를 보이는 6월 들어 현재까지 오히려 4.5% 뛰었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금 소비국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인도는 5월 결혼시즌인 아크샤야 트리티야와 힌두교 최대 명절인 9월 디왈리 축제 때 금 매수가 집중된다. 두 축제기간 사이인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인도의 금 수요가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 인도의 금 수요는 여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UBS가 지난 6월 한달간 인도에 판매한 금 매출액은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크레디 스위스의 귀금속 전략가인 톰 켄달도 "확실히 금 시장의 계절적 변동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금 수요가 축제가 아닌 기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인도의 부가 늘면서 금에 대한 인도인들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인도인들에게 금은 전통적으로 축제 때 필요한 장식품이었지만 이제는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인도인들이 원래 금을 좋아했던데다 부가 늘어나자 자산의 상당 부분을 금을 사는데 쏟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뭄바이 소재 증권사 엠케이의 상품 담당 대표인 아툴 샤는 인도인들이 결혼 시즌과 축제 때만 금을 사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도 소비자들은 이제 1년 내내 금을 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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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의 스탠다드 차터드 자산관리 대표인 비샬 카푸어는 지난 10년간 인도인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었다며 "최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금을 집안 금고에 보관하는 귀금속이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엠케이의 샤는 "인도 소비자들은 금값이 떨어지기만 하면 즉각 매수한다"며 "금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도 인도 못지 않게 금을 좋아한다. 중국과 인도 단 두 나라가 올 1분기 전세계 금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