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속에서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

주가 폭락 속에서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

권성희 기자
2011.09.23 15:41

[줄리아 투자노트]

"아버지는 왜 이렇게 혹은 저렇게 투자했는지 여러 가지 이론을 들어가며 설명해요. 저는 어릴 때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적어도 절반은 헛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시장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이유는 단지 등이 아파왔기 때문이었죠. 비결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아버지는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말 그대로 경련을 일으켜요. 그게 초기 위험신호인 거죠."

'뉴요커' 기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 등장하는 '아버지'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고 부호 가운데 7위에 오른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다. 미국 최고 부자 10명 가운데 주식 투자로 부자에 오른 사람은 워런 버핏과 소로스 단 두 명뿐이다.

소로스의 아들이 아버지의 성공적인 투자 전략에 대해 '실은 아무런 비결이 없다'고 말한 것을 전달하는 이유는 우리가 주식 투자에서 저지르는, 아니 인생을 살아 가면서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를 언급하기 위해서다. 그건 우리가 미래를 상당히 근접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명해진 인물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사진)다. 그가 쓴 '블랙 스완'은 2007년에 출간됐지만 처음엔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금융위기를 예견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블랙 스완'을 읽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언급은 단 한 구절도 없다.

오히려 이 책의 주제는 과거의 경험과 관찰로부터 얻은 귀납법적 결론이 치명적인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과거 사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분석하고 해석하고 합리화하지만 실은 그것이 진실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 우리는 미래를 결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탈레브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위기의 전개 방향에 대한 전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역사와 사회는 비약한다. 파열구에서 파열구로 이동한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예견 가능하도록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세계를 믿고 싶어한다."('블랙 스완' 57쪽) 세상은 점프하듯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인간은 그러한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현상을 분석해서 그 불확실성조차 이론의 틀에 가둬 불확실성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려 한다.

하지만 탈레브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예측하려 하지 말고, 쓸데 없이 전문가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탈레브는 어떤 투자 전략으로 돈을 벌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라는 책에 나온다. 이 책에 따르면 탈레브는 거의 모든 돈, 정확한 비율은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거의 90% 이상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극단적으로 주가가 폭락할 경우에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풋옵션에 투자한다. 탈레브는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건 '블랙 스완'이 등장해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탈레브의 투자 전략은 평소에는 항상 조금씩 손실을 낸다. 옵션을 행사하지 못해 옵션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손실로 쌓이기 때문이다. 계속 조금씩 손실이 쌓이다 9.11 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터지면 한 순간 대박을 낸다. 탈레브는 365일 가운데 364일 조금씩 돈을 벌다가 단 하루의 블랙 스완 때문에 날벼락을 맞고 번 돈의 5배를 잃는 것보다 364일 조금씩 돈을 잃다가 단 하루의 블랙 스완 덕분에 본전을 찾는 투자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탈레브는 자신의 투자전략에도 약점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극히 나타날 확률이 적은 블랙 스완이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그는 이런 사실을 저서 '블랙 스완'이란 책에서 디노 부차티의 소설 '타타르 사막'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소설 속의 조반니 드로고는 사막 지대 요새를 지키는 군인이다. 그는 타타르인들과 대전투를 치를 날을 기대하며 군 복무를 연장해가며 35년간 사막의 요새를 지킨다. 그가 늙어 길가 여인숙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가 평생 기다리던 사건, 타타르인들의 침공이 일어났다. 드로고가 평생 기다리던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는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없었다.

탈레브의 투자전략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손실을 내며 손실을 쌓아가다 블랙 스완을 만나지 못한다면 서서히 망해가면서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탈레브는 인생이나 투자나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버핏이나 소로스가 부자가 된 방법을 흔히들 얘기하지만 그 방법조차 그들이 부자가 된 뒤에 끼어 맞춘 것일 가능성이 많다는게 탈레브의 생각이다.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은 무슨 특별한 비결 때문이 아니라 행운 때문에 부자가 됐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또 다시 폭락하며 전저점이 일부 무너졌다. 아직 바닥이 아니라느니, 저가 매수의 기회라느니, 이번 위기는 과거와 달리 더 심각하다느니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이 눈과 귀가 아플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불확실성 속에서 자기 확신에 투자하는 것뿐이다. 탈레브가 확률이 극히 낮지만 블랙 스완이 출몰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364일간의 손해를 감수해가며 투자한 것처럼 말이다. 소로스도 마찬가지다.

탈레브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투자란 결국 자기 확신이란 생각을 소로스를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소로스는 투자할 때 끊임없이 자신이 세운 최초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확신이며 자신의 에고를 격려하는 신호를 찾으려는 욕구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블랙 스완 125쪽)

역설적이지만 내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끊임없이 회의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확신으로 소로스가 투자했다는 해석이다.

"손실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언젠가 시장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거라고 믿으면 그렇게 괴롭지 않다."('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108쪽) 어쩌면 지금처럼 시장이 급변동하는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364일의 손실을 견딘 탈레브의 인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인내를 탈레브는 운용규칙과 자기 절제 속에서 얻어냈다.

P/S. 지난주 이 글을 통해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썼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물론 더 끔직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고 다우지수는 2009년초처럼 1만선을 깨고 내려가 7000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탈레브의 인생철학처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주식을 사야 할 때라는 것은 시장 예측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탈레브처럼 오랜 손실을 견디며 단 하루의 대박을 노리는 투자는 성격상 맞지 않으므로 끔찍한 블랙 스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세상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경제가 안정될 때는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낮게 평가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가 일어나지만 위기가 도래하면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 위험을 과대 평가하면서 투자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민스키가 말한 2가지 상황 중 지금은 어디에 속할까.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더 끔찍한 시나리오는 탈레브가 말하는 블랙 스완이 아니다. 이미 다들 그리스 디폴트, 유로화 분열, 이탈리아 구제금융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머리 속에 그리며 위험자산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스완이란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나 9.11 테러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해 대비하지 못한 사건이다. 따라서 지금은 '금융시장 붕괴'를 가정한 비관적 시나리오나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는 확률상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서 어떤 자기 확신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소로스처럼 끊임없는 회의의 과정 속에 자신이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