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젊은층 강타한 잡스 증후군/3년차 CEO 여기현씨의 24시
2006년 2월 청담동의 한 클럽. 호사스러운 이곳에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졸업파티가 열렸다. 이름하야 'S파티'. 서울대를 의미하는 'S'와 가장 높은 등급인 'S'를 동시에 뜻하는 이름이다. 한 서울대 학생이 주도한 이 파티는 20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하며 향후 항간의 떠들썩한 이슈가 된다. 이 파티를 두고 '상업적이다', '향락적이다'라는 등의 부정적인 시각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S파티와 같은 졸업파티는 이후 서울대뿐만 아니라 타 대학의 졸업파티 문화로 번져갔다. 젊은 층들에게는 부정적인 의견 대신 진부한 틀을 깨는 '새로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S파티를 기획했던 학생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꿈을 품고 취업 대신 회사를 차렸다. 그가 여기현 YEP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에게 보장된 미래가 있었지만 그는 길을 조금 달리했다. 친구들이 안정된 직업을 찾아 자리를 잡을 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고집했다.
이제 회사를 차린 지 2년을 갓 넘겼다. 초보 사장은 아직 꿈이 많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대행업에서 게스트하우스 사업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후 그의 목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시종 자신이 서려 있었다. 자신감의 원천을 따라 스물아홉 젊은 사장의 하루를 동행했다.
◇ 여기현 대표의 하루

(사진=류승희 기자)
여기현 대표를 만난 것은 평일 오전 9시. 사무실 근처 학동역으로 마중을 나온 그의 차림은 대표라는 직함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수수했다. 그는 집이 아닌 홍대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 밤 밤새 놀았나보군'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게스트하우스 체험을 해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여 대표는 내년 초,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접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며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여러 조언을 구하고 있다. 그가 만들려는 숙박업은 조금 특별하다. 한류를 겨냥한 콘텐츠를 게스트하우스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설명을 들으며 사무실에 도착했다. 20여 평 남짓한 청담동의 사무실에는 아직 직원들이 오지 않았다. 대표인 자신을 포함해 직원은 5명. 나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여 대표 또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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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은 자유로운 편입니다.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최대한 업무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죠. 하지만 각 프로젝트는 모두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 대표에게 사업 얘기를 듣다보니 하나 둘 직원들이 들어온다. 사무실에는 은은하게 최신유행 팝송이 틀어져 있다. 출퇴근 시간만큼이나 사무실 분위기도 자연스럽다. 여 대표는 사무실의 가장 중간에 있는 책상에 앉는다. 다른 직원들의 자리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통로 쪽이라 불편할 것 같다. 자리에 대해서 얘기하자 오히려 의아해하는 눈치다. 사장이라고 특별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외근이 많은 그는 자연히 좋은 자리를 직원에게 내주었다.
그는 보통 출근 후에 점심 전에 나가 외부에서 업체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는다. 이날 역시 점심을 겸한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1시 50분부터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보고할 것들 준비해 주세요."
이날 회의는 내년 초에 열게 될 게스트하우스 위주로 진행했다. 그가 어제 탐방한 홍대의 게스트하우스를 간단히 브리핑하고,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구했다. 또 생각난 아이디어를 직원들과 공유하며 업무를 지시한다.
YEP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업무는 이벤트 대행이다. 외부 업체의 마케팅 목표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2년여 한 부분에 매진하고 있으니 회사의 주요 매출 역시 이벤트 대행 업무다. 게스트하우스는 그가 앞으로 병행하게 될 사업이다.
"이벤트 대행 업무는 일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합니다. 고정된 수입인 이벤트 업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죠. 게스트하우스 역시 큰 줄기에서는 엔터테인먼트에 속합니다."
3시 경. 여 대표는 주섬주섬 옷을 챙긴다.
"부동산 사장님과 미팅이 잡혀 있어서요. 게스트하우스로 쓸 건물을 알아보러 갑니다."
갑자기 불어 닥친 추위에도 여 대표는 직원들이 미리 다녀와 고른 3군데의 주택을 알아보러 나섰다. 청담동 일대의 주택이라 보증금과 월세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비싼 편이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부동산을 보러 다닙니다. 이태원에 한 곳은 계약을 마쳤고요. 내년부터는 이쪽 사업에 힘을 실어야죠."
그가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숙박, 요식업, 관광 상품 개발, 테마파크, 미디어 등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3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이자 전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겁니다. 삼성보다 조금 더 커야 할 거예요."
여 대표는 천진하게 웃어 보였지만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 있는 목소리다.
"제가 가진 강력한 콘텐츠가 있거든요. 창의적인 콘텐츠면 먹히지 않을 게 없습니다. 미국 슈퍼볼 사이 무대 단가가 얼마인 줄 아세요? 상상을 초월합니다. 창의적이기만 하다면 그런 금액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이후 시간에는 본업인 이벤트 대행을 위한 관계자 미팅에 나섰다. 그가 하루에 마시는 커피만도 4~5잔이다.
"미팅을 한다고 해서 모두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죠. 대부분 기존 고객을 상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잠재적인 고객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합니다."
그가 업무를 마친 시간은 7시다. 업무 시간은 직원들만큼이나 규칙적이지 않다. 그는 사업을 책임져 나가는 만큼 주말에도 쉼없이 뛰어야 한다.
꿈만 가지고 덤벼드는 젊은 사장이 많다. 실질적으로 이윤은 내지 못한 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다. 여 대표는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사업은 꿈만 좇을 수는 없다.
"저는 리스크를 찾아가는 타입입니다. 제게 맞는 일을 찾은 거죠. 사업이란 게 열심히 한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안 해도 잘 될 때가 있습니다. 필드의 규칙이란 게 있기 때문이죠. 그 규칙을 터득해 나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