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유보라 '평면 혁신' 트렌드 앞섰다

반도유보라 '평면 혁신' 트렌드 앞섰다

지영호 기자
2011.12.22 09:32

[머니위크 커버]2011 혁신상품을 만든 사람들/김용철 반도건설 기술본부장

[편집자주] 신묘년(辛卯年)은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끊이지 않았던 해였다. '수무푼전'(手無分錢: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이나 '망자재배'(芒刺在背:조마조마하고 편하지 않은 마음)와 같은 우울한 사자성어가 한해를 축약하는 말로 꼽힐 만큼 침체된 시기였다. 경제 역시 위축됐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얼어붙은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한 '혁신 상품'은 탄생됐다. 머니위크는 송년호를 통해 올 한해동안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복하게 한 혁신상품 개발자들을 만나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당시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실패가 눈에 선했습니다.”

김용철 반도건설 기술본부장(전무)은 4월 김포 한강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사실상 쪽박 찰 운명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주택건설경기가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을 무렵이다. 1498가구나 분양을 해야 하는 반도건설의 입장에서는 폭탄을 안고 불섶에 뛰어드는 일대의 모험과도 같았다.

김포 고촌 한강신도시 분양사업은 반도건설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주택건설비중이 70%에 이르는 반도건설의 주택분양물량은 3039가구. 한강신도시는 이 중 절반이 집중된 사업장이었다.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다. 수도권 일대 택지지구 중 입지는 나쁜 편인데다 주변 중대형 면적의 미분양도 일부 쌓여있는 상태였다.

합동분양에 참여한 것도 어떻게든 마케팅 비용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회사의 재무상태나 브랜드 파워가 강점인 대우건설이나 그룹 규모나 합동분양의 주간사로 활약한 한라건설에 비해 반도유보라는 보잘 것 없어 보였다.

사진=류승희 기자

뚜껑을 열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모델하우스 개장과 동시에 집을 구경하러 온 예비 수요자들의 줄이 수백미터나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도 등장했다.

특히 반도유보라의 인기는 두 건설사의 인기를 능가했다. 대우푸르지오와 한라비발디의 청약률이 각각 0.13대1과 0.81대1을 기록한 반면 반도유보라는 1.08대1의 성적을 올렸다. 한강 조망권이 다른 두 단지에 비해 불리하고 단일평형이라는 품목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얻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의외의 성과를 거둔 데에는 ‘평면 파워’가 있었다. 특히 20평형대 4.5베이 적용은 기존에 볼 수 없는 획기적인 평면이었다. 이 평면이 적용된 C타입은 청약에서 350가구에 552명이 몰려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

반도의 한강신도시 평면이 등장한 이후 주택건설업체들은 앞을 다투어 ‘베이 경쟁’에 뛰어들었을 만큼 파급력이 컸다. 아이파크로 주택건설업계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8명의 임원들을 대동하고 현장을 찾았을 정도였다.

“1년여의 기간 동안 300장에 가까운 도면을 그렸습니다.”

24평형에 4.5베이라는 획기적인 평면을 구상하는 데 따른 노력을 김 전무는 이렇게 표현했다. 4개의 평면을 완성하기까지 매일 하나 꼴로 평면을 만들고 고민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베이가 많을수록 채광효과와 통풍이 뛰어나다. 또 복도를 통해 거실로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적고 리모델링 시 공간 재구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발코니 확장 면적도 늘어난다. 이 평면의 전용 면적은 59㎡지만 서비스 면적을 포함하면 90㎡까지 늘어난다.

“24평형에 사는 분들이 33평형에 사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보자는 것이 우리의 개발 목표였습니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불리한 상황을 새로운 트랜드로 극복하자는 취지였죠. 통상 평면 개발하는 데 2~3개월의 소요기간이 걸리는데 비해 우리가 1년을 공들인 이유입니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겨울 정도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 것은 시장의 요구를 끊임없이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김 전무는 주부 모니터링단의 의견을 일일이 체크하는가 하면 직접 현장을 돌며 부동산업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 1년간 김 전무가 전국을 돌며 찾아간 부동산 중개업소만 해도 300곳에 이를 정도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반도가 개발하는 평면을 보여주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수요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는 이 같은 행동을 주택시장의 여건을 감안하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중견 건설업체가 트랜드를 앞서서 읽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방을 나서는 순간 한 쪽에 수북히 쌓인 내년도 사업장에 적용될 평면들이 유난히 든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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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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