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③원자로 가동 전면중단에 절전노력 확대…방사능 공포는 여전
지난해 3월 '대재앙'은 일본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일본인의 생활양식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아무래도 전력 소비와 관련한 변화다. 대지진 이전 일본 전력에서 30%를 차지하던 원자력 발전 비중은 현재 '제로'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원자로 가동이 하나씩 중단되며 현재 54개의 원자로 중 2개만이 가동 중이다. 이마저도 5월부터는 전면 가동이 중단된다. 원자로가 지진이나 쓰나미를 견딜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로 주민들이 재가동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일본 에너지 정책에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의존도 확대라는 방향은 확실하다. 일본 정부도 현재 9%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13%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개발을 위해 기준가격과 전력거래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해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도 7월부터 실시된다. FIT가 실시되면 일본 기업들의 에너지 시장 투자가 촉진될 전망이다. 유럽태양광산업조합은 올해 일본의 태양광 패널 수요가 50% 증가한 1.5기가와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하루아침에 끌어올릴 순 없다. 간사이 전력에 따르면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않을 경우 당장 올해 여름 전력 공급이 25% 부족할 수 있다. 일단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고 절전을 강화하는 방도뿐이다.
지난해 절전 문화가 생활에 뿌리 내리며 기업과 가정에서도 새로운 풍경이 자리 잡아 왔다.
냉난방비 절약을 위해 선풍기, 라디오, 충전지 등 복고 상품과 흡습·발열이 되는 신소재 의류 등 절전효율을 높이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조명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의 LED 사용이 늘어났고 직원 개개인이 조도계로 조광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도록 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여름철 절전을 위해 건물 옥상과 벽면에 녹지를 조성해 열을 차단하는 '그린 커튼'도 늘어났다.
절전형 상품 수요가 늘어나며 새로운 제품들도 개발되고 있다. 미쓰비시 전기는 인체 열 감지센서로 냉난방 온도를 자동 조정하는 절전용 에어컨을 출시했으며, 겨울에 제빙기능을 정지시켜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냉장고도 개발했다.
도시바는 세탁시간을 단축해 절수와 절전기능을 강화한 세탁기를 내놨고, 소니는 정전 시 비상용 전원으로 쓸 수 있는 축전기 수요가 급증하자 실내에 설치 가능한 소형 축전지를 출시했다. 매트리스 위에 통풍 매트를 깔아 에어컨 없이 냉방 효과를 낼 수 있는 침대도 개발됐다.
절전 시장 확대는 주거 관련 잡화를 판매하는 홈 센터의 선전에서도 드러난다. DCM 홀딩스, 카인즈, 니토리홀딩스, 코메리 등 일본 홈 센터는 지난해 지진 관련 방재용품, 절전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지난해에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대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백화점, 대형슈퍼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한 가운데 기록한 유통업체들 중 유일한 성장세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일본의 전국적인 절전대책으로 도호쿠 전력과 도쿄전력의 전력사용량은 각각 15.8%, 1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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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년이 지난 지금 방사능 공포는 일본 소비자들의 만성적인 먹거리 의심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식품 및 요식업체들이 자체 안전 검증을 강화하고 있고 있는 풍경은 소비자들의 방사능 우려가 여전함을 드러낸다.
최근 일본에는 레스토랑이나 소매 유통업체들이 자체적 테스트를 거쳐 자사 제품에 함유된 방사능 물질 함유량을 공개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국가 기관이나 지방정부도 유사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로손은 지난달부터 방사능 검사기기를 동부 지역에 위치한 16곳의 신선제품 센터에 설치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도시락, 반찬에 쓰이는 과일과 야채의 방사능 함유량을 매일 테스트하고 있다. 사이타마현 슈퍼마켓 업체 야오코는 사야마 유통센터에서 매일 20~30 가지의 품목을 테스트하는 2~3명의 조사팀을 꾸리고 자체 브랜드 상품의 방사능 수치를 검사해 결과를 회사 웹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이번 주 밝혔다.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자회사인 이토 요카도는 이미 과일, 야채 등의 방사능 함유량을 다른 기관에 용역 해 검사 해 왔지만 자체적으로 이중 체크를 해 결과를 웹사이트와 매장에 공개할 예정이다. 레스토랑 체인점 수키야를 운영하는 젠쇼홀딩스도 자체적인 방사능 테스트를 실시할 뿐 아니라 국가 기준보다 더 엄격한 자체적인 기준을 설정해 이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사회상은 1년전 대재앙을 겪으며 크게 변모했다. 쓰나미 사태가 초래한 서플라이체인(부품공급망) 붕괴는 일본 산업계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저스트인타임'(JIT) 생산방식에도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대지진 직후 추락했던 일본 자동차 빅3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금은 대재앙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일본 산업계는 빠른 회복력을 과시했다. 특히 일본 제조업체들은 '대재앙'을 통해 JIT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경쟁력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빠른 정상화를 기원하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