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대 소송 실익 있나"…다국적사 소송불참도 영향
중소형제약사들이 정부의 일괄약가인하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정작 약가인하 피해규모가 큰 상위 제약사들은 소송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매출 상위 10개 제약사 중 공식적으로 소송참여를 선언한 제약사는 한 군데도 없고, 일부 제약사는 이미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당초 집단적으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일성신약(24,200원 ▲400 +1.68%)과 에리슨제약은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 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취소 소송을 제기한 업체는 가장 먼저 소장을 접수한 KMS제약, 다림바이오텍을 포함해 4곳으로 들었다.
일성신약의 지난해 매출은 680억원, 다림바이오텍의 2010년 매출은 248억원, KMS제약은 130억원이다. 매출 규모가 워낙 작아 약가인하 소송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매출 상위제약사들이 소송에 참여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동아제약(110,700원 ▼100 -0.09%),녹십자(174,300원 ▼6,000 -3.33%),대웅제약(169,500원 ▼3,900 -2.25%),유한양행(108,800원 ▼600 -0.55%),한미약품(601,000원 ▼13,000 -2.12%)등 국내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내외다. 이들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액만 연간 5000억~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매출 상위 제약사들이 소송에 참여할지 여부에 따라 이번 약가인하 소송의 파급력이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 상대 소송 실익 있나"=일부 상위 제약사들은 정부와의 대립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와 대립해서 기업이 이익을 본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약가인하를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하기보다는 신약 연구개발쪽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추겠다는 의견을 보인 제약사도 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인한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혁신형제약기업 선정의 칼자루를 쥔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소송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위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약가인하를 받아들이기로 한만큼 약가인하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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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인하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소송에 이겨 약가인하가 유보 될 경우 제네릭이 오리지널약보다 비싸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비싸게 될 경우 의사들의 처방이 오리지널에만 집중될 수도 있다"며 "약값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약가인하 부당, "소송 피하는 것은 비겁한 일"=하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부당한 만큼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C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개별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제약업계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며 "실리를 추구하는 일부 제약사들이 소송에 나서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다수의 상위 제약사들은 아직까지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 소송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소송을 하지 않으려니 피해가 크고 하려니 정부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앞장서서 소송을 제기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소송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