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약사 2곳 법무법인 태평양 통해 약가인하 관련 행정소송 제기
국내 제약사들이 정부의 일괄약가 인하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부의 일괄약가 인하와 관련해 행정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제약회사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전문약의 보험약값을 조정할 권리가 있는 이른바 '슈퍼갑'이다. 제약회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쥐가 고양이를 문' 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제약사들의 입장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7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중소제약회사인 다림바이오텍과 케이엠에스의 대리인 자격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일괄약가인하 고시에 대한 약가인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태평양은 조만간 해당 고시에 대한 효력정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6506품목의 보험의약품 가격을 평균 14% 일괄 인하키로 결정하고 지난달 29일 이를 고시했다. 이에 따른 제약사들의 피해액은 연간 1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제약사들은 이에 반발 행정소송을 준비해 왔다.
제약사와 법무법인 측은 복지부가 장관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사용해 약가를 지나치게 많이 내리는 등 제약사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약의 경제성을 평가해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있지만 특별한 근거없이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은 제약사들과 협의를 통해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태평양 이외에도 김앤장, 율촌, 세종, 화우 등도 비슷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괄약가 인하를 둘러싼 제약회사와 정부의 대립이 불가피해졌다.
◇ 약가인하 행정소송 앞으로 어떻게 되나?
일반적으로 법원이 효력정지신청을 검토하는 데는 2~3주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말에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법원이 효력정지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소송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들이 이미 소송 준비를 해놓고 있어 효력정지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 여부에 따라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는 평가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약가관련 고시가 시행된 이후라도 효럭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보험약가는 고시시행 이전으로 환원될 것"이라며 "소송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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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원이 제약사들이 제기한 효력정지신청을 인용하게 되면 약가 인하와 관련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효력정지를 받아들이면 소송에 참가한 업체만 약가인하가 보류된다. 즉 각 회사별로 약값이 내리거나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 복지부, 일찌감치 소송 대비…"문제 없어"
복지부는 일찌감치 소송에 대비해온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복지부는 법무법인 우면, 로고스, 정부법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법규송무지원단등과 공동으로 소송을 준비해 왔다.
약가인하의 이유가 건강보험재정 절감인 만큼 정서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장관이 재정 절감과 보장성 강화를 위해 약값을 깎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며 "이번 약가인하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가인하를 최종 결정한 만큼 절차상 문제도 없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다만 법원이 효력정지를 인용하게 되면 복지부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약가인하로 통한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고려해 올해 건보료 인상률을 전년(5.9%)에 비해 낮은 2.8%로 정했다. 약가인하 시기가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CEO조찬 간담회에서 강연을 통해 "일괄약가 인하는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제약사가 약가인하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