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갈 길부터 정하라

'경단녀', 갈 길부터 정하라

배현정 기자
2012.05.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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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전문가와 차 한잔/이한승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우리사회의 남녀차별이 시작되는 곳이 직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연령대의 실업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선상에서 뛸 수 없는 상황입니다."

190만명. 소위 '경단녀'라 불리는 국내 경력단절 여성들의 숫자다. 대부분 결혼 후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다. 이러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녹록치 않다.

출산·육아시기인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4.5%에 불과하다. 같은 연령대 남성(90.3%)과 큰 차이가 벌어진다. 이 틈을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한승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우선 경력단절 여성들의 사회 재진입이 중요한 이유를 짚어보고 가정과 사회가 함께 체계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류승희기자

◆ 가정·사회 모두 '일하는 엄마' 선호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한국사회는 향후 성장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앞으로 5년 뒤인 2017년부터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적으로 생산가능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노동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이한승 관장은 "고학력 여성들이 대거 일을 쉬는 것은 국가로서 경쟁력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정 내에서도 여성들의 일자리 찾기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남성들도 홀로 생계를 책임지기보다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맞벌이 소득이 외벌이 가구보다 평균 150만원 정도 높다는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이 관장은 "요즘엔 남성들도 가사노동이나 양육에 일부 참여하게 되면서 배우자도 생계 부담을 심리적으로나마 덜어주기를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엄마 품을 서서히 떠나는 10대에 접어들면 일하는 엄마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과거에는 엄마들이 거의 전업주부여서 비교대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일하는 엄마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절반씩 되다보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일하는 엄마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일하는 엄마는 간섭이 적으니까요."

여유있는 용돈, 엄마에 대한 자긍심 등도 고학년 자녀들이 일하는 엄마를 선호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가정이나 국가적 요인보다 사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여성들 자신에게 있다.

육아를 전담하기 위해 일까지 그만둔 여성들 가운데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관장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 우울증에 빠지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은 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커지면서 자존감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성들의 노후를 위해서도 재취업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남편보다 평균 10년은 더 오래 사는 여성들이 빈곤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재취업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

주부들의 재취업이 여러모로 선호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취업전선에 뛰어든 경력단절 여성들은 차디찬 고배를 마시고 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관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사회에 다시 진입하기도 어렵거니와 진입했다가도 6개월을 못 버티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절반에 이른다"고 말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그는 "전업주부로 지내던 아내가 일을 하겠다고 하면 처음엔 박수를 보내던 남편도 막상 취업하고 나면 '너 나가서 얼마 버냐'는 식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력단절 여성이 사회에 다시 나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사회 재진입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가정에서는 엄마가 없을 때를 준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취업을 한 뒤에 남편이나 자녀와 가사분담 등을 의논하는 게 아니라 취업 의지를 가졌을 때부터 '엄마가 집에 없다'는 가정 하에 훈련을 거쳐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 스스로는 먼저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냉철하게 짚어보고 명확한 진로설정을 해야 한다. "막연히 돈 벌어야겠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를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관장은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무턱대고 직업 훈련부터 받는 경우가 있는데, 교육 이전에 진로설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진로설정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고용노동부의 직업선호도 검사나 취업컨설턴트 등을 통해 객관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원하는 취업 목표가 생겼을 경우 해당 분야의 근무조건이나 비전 등을 상세히 파악한 후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터 받고 자격증 따 놓은 후 '난 이런 곳에서 일 못해'라는 우를 범하기 않기 위해서다.

이한승 관장은 "서울시에만 20개의 여성인력개발기관이 있고 구청마다 취업지원실이 설치돼 있다"며 "재취업을 위한 정보나 지원이 필요할 때는 지역사회 인프라를 잘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눈높이 프로그램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위해서는 '눈높이' 조정도 필수적이다. 대개 경력단절 여성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몇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우선 탄력적인 근무(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직장이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일하러 나가서,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퇴근하는 일자리를 선호한다. 또한 사회적인 인식이 양호한 곳이어야 한다. 주변에 일하러 다닌다고 얘기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직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도 일정 수준이상이어야 한다. 요즘 30~40대 여성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여성이므로 대우도 아르바이트생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관장은 "냉정하게 얘기하면 탄력적인 고용시장에선 주부보다는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며 "결혼 전 커리어우먼이었다고 해도 경력단절 기간이 길었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대우보다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비중 있게 고려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이 관장은 "이를테면 현재 100만원의 급여 수준인데 앞으로도 100만원을 받을 단순직종보다는 전문성을 키워가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이러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으로 ▲일반과정(프리랜서와 창업 중심: 커피 바리스타, 방과후 아동지도사, 자기주도 학습코치, 두피관리사, 천연비누 창업) ▲실업자과정(4대 보험 가입 및 사회적 기업 중심: 직업상담사, 서비스 전문강사, 취사원, 병원 코디네이터, 회계실무자 등) ▲직종 내 전문화과정(아동·청소년·일반성인·노인 등 전문 직업상담사 양성, 피부과·한의원 등 전문 병원 코디네이터 양성 등)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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