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사장, 감사원 지적에 '발끈'··· 6개월 짜리 공기업 사장에 정치권 인사만 '기웃'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최근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를 2개월여 남겨두고서다. 정부는 강 사장 후임을 물색할 방침이지만, 정권 말이라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6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강 사장은 지난달 말 정부에 사의 의사를 밝히고 2주일 기한으로 휴가를 떠났다.
강 사장은 지난 2008년 8월19일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3년 임기를 마친 지난해 8월엔 해외 자원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정부는 석유공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 강 사장의 임기를 현 정부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지 추가로 보장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강 사장은 "피로가 누적됐다"는 이유를 대며 돌연 사의를 표했다. 정부는 강 사장이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나타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강 사장이 감사원에 불만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해외에서 석유자원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는데, 칭찬은커녕 비판을 받자 사임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공기업들이 16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해 해외에서 자원개발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나 가스가 국내로 유입된 실적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특히 석유공사의 경우 지난 2010년 말 기준으로 191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15조원을 투입해 자주개발률(총수입량에서 자주개발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난 2003년 3.1%에서 지난해 말 현재 13.7%로 끌어올렸지만, 국내로 들여온 석유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형식적인 자주개발률 높이기에 치중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개선을 지시했다.
강 사장은 이에 발끈했다. 자주개발률이 높아야 유사 시 해외에서 석유를 들여올 수 있는데도, 자료만 보는 감사원이 공사의 노력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고위관계자는 "감사원 발표 후 강 사장의 업무 의욕이 꺾인 것 같다"며 "임원 회의에서도 '도대체 그럼 석유공사는 무엇을 하란 것이냐'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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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정부가 강 사장에게 "현 정부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사장직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지만 강 사장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지경부는 강 사장 후임 인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모(임원추천위원회 추천) 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와 지식경제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을 거치려면 적어도 2개월이 걸린다.

문제는 정권 말 '6개월용 사장'이란 인식 탓에 유능한 인재가 오지 않을 것이란 것. 정부가 아무리 3년 임기 보장을 약속해도 정권이 바뀌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 외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가 올 하반기 임기가 끝나는 공기업 사장들을 대부분 연임시키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올 하반기 임기가 끝나는 지경부 산하 공기업 사장은 △김신종 한국광물공사 사장(7월29일)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74,700원 ▼2,300 -2.99%)사장(9월27일) △주강수한국가스공사(35,750원 ▼850 -2.32%)사장(10월1일) △장도수 한국남동발전 사장(10월27일)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10월27일) 등이다.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특혜대출 의혹을 받은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만 빼고 나머지 사장들은 내년 초까지 연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일부 공기업 사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6개월용 사장은 어차피 조직만 어수선하게 만들뿐"이라며 "정부가 3년 임기를 확실히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