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매한 의료법, 답답한 네트워크병원

[기자수첩]애매한 의료법, 답답한 네트워크병원

이지현 기자
2012.07.16 15:43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양재동 교총회관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주최 공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

굵직한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세미나 장소가 사람들로 빼곡하게 들어찰 정도로 새 의료법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새 의료법이 시행되면 1명의 의사는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은 물론 '운영'도 할 수 없게 된다.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한 기존 의료법 조항이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없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네트워크병원들은 기존 의료법을 바탕으로 대표원장이 다른 병원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여러 원장이 함께 병원을 여는 방식으로 다른 병원 '운영'에 관여해왔다.

새 의료법이 통과된 이후 네트워크 형태의 병원들은 모두 불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때문에 의료법 개정이후 일부 네트워크병원 오너들은 일제히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은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병원 운영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운영'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도 의사 A가 자신의 병원 외에 다른 의사가 운영하는 B라는 병원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경우 어디까지를 '운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할지 애매하다. 또 의사 C가 병원을 개설하면서 의사 D에게 자금을 빌렸을 경우 실질적 소유관계로 볼 수 있는지 역시 모호하다.

만약 이런 사례가 모두 문제될 경우 해당 의사들은 지분이나 빚을 단번에 청산해야 한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명확한 지분 수치를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명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 상 지분 범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가 특정 수치를 제시할 경우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경우 실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병원의 소유관계를 위장하기 위해 지분을 조정하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신도 깔려있다.

다만 이날 한 병원장은 "병원 부채가 많아 처분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예기간을 달라"며 "유예기간 늘리지 않으면 의료업을 못하는 상황까지 간다"고 하소연했다. 네트워크 병원들의 숨통을 틀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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