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8월01일(08:33)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롤 모델로 삼는 곳은 미국이다. 한해 벤처투자 시장이 20조원 이상을 형성한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비해 20배 이상이 크다. 국내 시장과는 정반대로 지난 10년간 초기기업 투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30%를 돌파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의존하는 비중도 37.5%로 현격히 낮다. 나머지 64.3%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진다. 80% 이상을 IPO에 의존하는 국내 벤처캐피탈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벤처캐피탈들도 미국의 방식을 따라하는데 열심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환전환우선주의 도입이다. 벤처조합의 투자 내역과 유한책임투자자(LP)의 존재를 비공개로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벤처캐피탈의 한 임원은 "LP의 존재가 공개될 경우 무한책임투자자(GP)에게 패널티를 주는 조합도 있다"며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비공개주의를 한국에 그대로 주입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LP 구성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LP 중 일반기업과 개인 자산가 등 민간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정보공개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다. 작년 12월말 기준 한국벤처투자 등 정부가 11.6%, 연금·공제회가 21.2%로 총 32.8%를 차지한다. 연금·공제회에는 국민연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국민의 세금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비중이 30.8%다. 이중에는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인 정책금융공사의 몫이 절대적이다. 금융기관의 비중은 2009년 11.5%에서 정책금융공사가 가세한 2010년 43.9%로 30% 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이를 종합하면 벤처투자 시장에서 정부자금 성격의 LP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비밀주의 원칙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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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벤처캐피탈의 대표는 "정책금융공사와 한국벤처투자, 국민연금 등 빅3가 출자한 조합의 비중은 80% 이상이다"며 "사실상 빅3의 자금을 받지 않고서는 조합 결성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전했다. 빅3의 벤처출자 사업은 매년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감시와 견제가 미치는 분야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투명성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행사에서 만난 금융기관 대체투자실 관계자의 말이다.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나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LP 내역과 투자현황은 물론이고 비공개 자료가 너무 많다. 자연히 투자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엑시트 기간도 너무 길어서 투자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벤처투자 시장에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이 절실하다. 빅3의 출자를 받은 벤처조합부터 투자현황과 LP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면 공개 수위를 단계적으로 조절하면 된다. 5년 정도 기한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만하다. 벤처캐피탈의 오랜 숙원인 LP 다변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