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돈은 빨리주고, 받을 돈 늦게 받아라?

줄 돈은 빨리주고, 받을 돈 늦게 받아라?

강경래 기자
2012.08.09 15:21

[기자수첩]하도급법, 중견기업 옥죄는 '구멍'

"정부가 발표한 중견기업 육성전략에는 중요한 대목이 빠져 있습니다"

중견기업계 한 관계자는 9일 발표된 중견기업 육성정책을 조목조목 살펴본 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하도급법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흑자 도산하는 회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2015년까지 중견기업 3000개 이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중견기업 300플러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도급법은 '개정도 검토할 계획' 정도로만 언급됐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납품받는 회사)로부터 수급사업자(납품하는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룬다. 하도급법에 따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할 경우 대금지급을 60일 이내로 하고, 시행하지 못할 경우엔 공정위 고시율에 따라 이자를 지불해야만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중견기업에 이 법을 적용할 경우 이중고를 겪게 된다. 중견기업에게는 대기업이 6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해야하는 의무가 없는 반면, 중견기업은 거래 상대 중소기업에게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만 한다.

받을 돈은 늦게 받고 줄 돈은 빨리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대기업 A사에 장비를 납품하는 중견기업 B사는 A사로부터 120일짜리 어음을 받고, B사에 장비용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C사에는 60일 이내로 대금을 지급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B사에는 60일 동안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므로 이 사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해야만 한다.

불필요하게 대출 이자를 내야 하고, 최악의 경우 대출 등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흑자 도산까지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대기업 1차 협력사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이 중견기업에게 대금 지급기일을 단축할 경우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중견기업에 한해 대금 지급기일을 60∼90일로 지정하는 등 하도급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안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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