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반기업정책⑥]상증세법 재산권 이중과세 소지...'합리적 규제' 필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입법안의 상당 부분이 이중규제나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도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3(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상법 제397조의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등을 통해 규제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추가로 △형사적인 규제의 강화(조세범처벌법의 적용)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서 '현저성' 요건을 삭제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를 그룹에서 제외하거나 과세기준을 2배로 상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추가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와 학계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이중규제로서 기업의 자율권을 훼손하고, 재산권 침해의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간 거래 특수성 무시한 상증세법=
지난해 신설된 상속증여세법 제45조3은 '수혜법인과 특수 관계 법인간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고, 내부지분율이 30% 이상이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3%를 초과할 경우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토록 돼 있다.
그 계산식은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는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한계보유비율을 초과하는 주식보유비율'로 돼 있다.
A사가 세계 1위 부품회사 B사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B사에 A사 지배주주의 지분이 3% 이상 있을 경우 문제가 된다. 만약 A사가 B사의 제품이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부품의 30% 이상을 B사에서 주문했다 하더라도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품을 주문한 행위가 부당한지 아닌지의 '부당성'은 상관없다. (순수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거래를 제외하면) 모든 거래에 일률적으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B사가 유일한 공급업체일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지난해 개정된 이 법에 따라 내년 초부터 증여세가 본격 부과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승재 변호사(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문제점 및 위헌성 검토(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모든 법은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위법성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한다면 계열사간 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도 과세하게 돼 기업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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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부당성이 없는 거래도 문제로 삼아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23조(재산권)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및 이중 과세 문제=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논리는 지배주주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 줘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통해 배당수익이 늘거나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현된 배당수익이나 주식 시세차익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현 시점에서 과세한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을 기초로 미실현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1990년대 초 도입됐던 토지초과이득세와 비슷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잠재위기 위해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했으나, 결국 조세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로부터 1994년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 1998년 폐지됐다.
재계는 "영업이익을 통해 배당을 받으면 배당소득세는 소득세대로 내고, 상증법 제45조3의 적용으로 증여세도 물어야 하는만큼 이중 과세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업이익에 대해 과세를 한다면 영업손실에서의 과세 환급도 있어야 하는데 이익에 대해서만 지속적으로 과세를 경우 원본손실이 발생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의 '현저성' 제외 논란=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①항의 7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부당지원 여부를 판단할 때는 '현저성'이 최우선 기준이 된다. 문제는 현저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은행, 한국도로공사, 삼성SDI, SK텔레콤 등 부당 내부지원 관련 공정위 조치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각 다른 사안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현저성의) 기준을 내부 규정화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논란 와중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더 나아가 아예 '현저성'을 조문에서 제외하자는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논란이 있으니 아예 빼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저성'마저 제외될 경우 그나마 부당성이 '현저하지 않은' 통상적인 거래까지 규제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에 기회유용 금지 등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규제가 있고, 형법과 세법에도 과도하리만치 규제조항이 있는 만큼 오히려 이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은 정비하고, 이중과세와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의 합리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