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요동치는 전세시장 어디까지?…'학군 수요'몰려 전셋값 상승 부채질
"계약 만료는 다가오는데 전셋값은 치솟고, 집주인은 계약을 연장하려면 전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기존 대출금 막기도 버겁고. 추가 목돈 마련을 어찌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송파구 OO아파트 전세 세입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위해 2년 전 노원구 상계동 XX아파트에서 송파구 소재 OO아파트 전세 세입자로 이주한 직장인 김주원씨(가명·38세)는 최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살고 있는 전세아파트의 계약 만료가 임박해지자 집주인이 전세금 5000만원을 인상하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OO아파트는 전용면적 84㎡(25평형)로 당초 2억7000만원선이었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추가로 5000만원 인상을 요구하면서 3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더욱이 김씨는 이 아파트 전셋값의 절반 수준인 상계동 OO아파트에서 이주하면서 은행 대출금 1억2000만원까지 받은 상태여서 전세금 인상과 더불어 이자부담에 따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강남 입성만 한다면"…'에듀수요' 급증
정부의 9.10 대책에 따른 약발이 한시적이나마 반짝효과를 보이고 있는 반면 본격적인 이사시즌을 맞은 전세 수요자들은 수년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전셋값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때문에 강남권 이주에 나섰던 이른바 '학군 수요' 중 대다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으로 유턴하는 '전세난민'으로 전락했다.
매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전세난의 가장 큰 원인은 한꺼번에 전세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매매와 달리 정부의 규제나 완화책만으로는 가격조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김씨의 경우처럼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권 진입을 시도한 전세수요들의 급증 역시 전세값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명문 학군이 몰려있는 강남을 비롯한 잠실·송파 전세시장의 경우 강북권과 비교할 때 최소 2~3배 이상 전셋값 격차를 보였지만 여전히 '학군수요'의 입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최근 본격적인 가을 이사시즌과 함께 윤달까지 겹치면서 이사를 미뤘던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져 매물 부족현상이 심화됐다"며"무엇보다 강남 학군 진입을 노리고 입성한 '에듀 수요' 역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의 PICK!
구로구 개봉동에서 자녀 학군 문제로 송파구 잠실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주부 박모씨(41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실역 인근 K공인에서 만난 박씨는 "아무래도 교육환경은 강남권이 유리하지 않겠냐"며 "아이 학교 문제도 있고 해서 전세아파트를 찾고 있는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값의 두배 이상 호가해서 깜짝 놀랐다"면서도 "다소 무리는 있지만 부족한 차액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대비 매물 품귀현상
강남·서초·송파지역 대다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세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름세가 뚜렷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넘치는 반면 매물은 품귀현상을 나타내고 있어 흥정을 하고 싶어도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강남3구 전세시장이 하룻밤 새 몇천만원을 호가하며 요동치고 있지만 전세수요는 끊임 없이 급증하면서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녀 학원 문제 등 때문에 강남권 진입을 시도하는 '에듀 수요'는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매물은 턱없이 부족해 중개업소마다 매물을 찾기 위한 전세수요가 넘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L공인 관계자는 "9.10 대책 발표 이후 매매시장이 살아나면서 거래량도 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는 내려갔지만 지금은 전세시장도 오래간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추석 이후 계약이 만료된 수요가 쏟아지면서 전세 거래량도 늘어났다"면서 "자녀들의 강남권 학군 진입을 위해 몰려든 수요까지 겹쳐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세 매물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집주인이 가격을 인상했지만 강남 학군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대출을 통해 전세자금을 마련, 일찌감치 전셋집 방어에 나선 세입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세입자들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의 신규 세입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수천만원대 인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세자금을 마련해 재계약에 나서면서 세입자간 전세매물 잡기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올해 전세자금 대출 비중이 지난해 대비 47% 이상 높아졌다"며 "강북권 전세수요보다 학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 이주 전세수요의 대출 문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윤재 부동산정책연구소장은 "추석 이후 전세수요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외곽지역 역세권 소형아파트 전세시장 역시 동반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당분간 전세시장은 국지적인 양상이 심화돼 가격 오름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