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채용' 대한민국을 바꾼다]삼성 저소득층 채용, 어떻게 이뤄졌나

"저소득층에게 수혜를 베푸는 게 아닙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는 그들에게 '열린 문'이 있다는 곳을 알리는 작업이 '저소득층 5% 할당 채용'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저소득층 채용 쿼터제'를 도입한 삼성의 인사담당자가 '5% 채용'의 의미에 대한 내놓은 설명이다. 저소득층의 채용을 통해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을 돕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상생하는 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첫 도입된 저소득층 5% 채용..이렇게
삼성이 처음 실시한 저소득층 채용은 '수혜'를 제공했다기보다는 '기회'를 열어줬다는 의미가 크다. 입사할 능력이 안되지만 채용한 것이 아니라, 입사할 능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5%'라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기회가 있음을 알린 것.
삼성 관계자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 입사자 중에서도 실력 있는 저소득층에 속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를 별도로 채용하지는 않았고, 그들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들 외에도 충분한 실력이 되는 저소득층 취업준비생들 중 미리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길이 열려 있음을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전국 대학의 총장들로부터 620명의 학교 내 우수한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추천을 받았고, 이들도 다른 입사지원자와 마찬가지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을 과정을 모두 거쳐 최종 220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시험감독관이나 면접관들도 저소득층 지원자가 누구인지 모르며, 소수의 인사담당자만이 저소득층 대상자를 알 정도로 철저히 신분에 대해서는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총장이 열정과 성실함을 가진 우수 학생을 추천한 가운데서 또 다시 경쟁에 선발된 인력인만큼 경쟁력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채용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한 인사 담당자는 "저소득층 특별전형에 지원한 입사지원자들의 시험 성적이 다른 일반 전형 지원자와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우수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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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들이 가정형편상 해외연수 경험이나 다른 스펙에서는 일부 편차가 있지만, 살아온 인생에서 보여준 돌파력이나 열정은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평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역경을 돌파하는 능력 등은 오히려 기업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이들 합격자들은 향후 직장 생활에 있어서도 신분 노출에 의한 불이익이나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개인신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호될 예정이다.
◇ 또 다른 약자 ‘지방대·여성’ 대거 채용
삼성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한 취업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함께하는 열린채용’의 정신을 지방대학으로도 확장했다. 지방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수도권 대학에 비해 채용정보가 부족해 취업기회가 줄어든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여러 지역 출신들이 있어야만 회사 내에서도 다양성이 생겨나고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삼성은 지방대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공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난 8월부터 대전과 부산, 광주 등 3개 도시에서 26개 회사 참여하는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또 20개 회사는 전국 주요 지방대학을 방문, 회사설명회를 열고 채용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노력했다.
이런 노력들은 성과로 바로 이어졌다. 올해 공채에 지원한 지방대 학생은 전년대비 5000명 이상 늘어났다. 이번 공채 합격한 지방대 출신은 모두 1600명으로 전체 채용인원의 36%를 차지했다. 과거 지방대생의 합격자 비율이 25~27%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출신 구성원들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대외적으로는 출신 지역에 차별이 없는 공정한 채용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이미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지방대학 출신이 상당수 포진,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지방대생 채용을 확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과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 담당 사장은 경북대를 졸업했고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청주대 출신이다. 윤진혁 에스원 사장과 김명수 미래전략실 전략2팀장은 부산대를 졸업했다. 특히 지난해말 승진한 임원 중 27.1%가 지방대 출신이었다.
이번 공채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특징은 여성 비율이 대거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20%대 수준이던 여성 합격자 비율은 올해 32%로 수직 상승했다. 여성에 대한 채용 비율을 별도로 할당하지 않았고 여대생이 적은 이공계 출신이 8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차별하지 않고 능력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여성 합격자 비율이 30%를 넘은 것은 사회 진출을 앞둔 여성들의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오래 전부터 여성 인력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 왔다. 이건희 회장도 평소 “여성인력 활용을 잘 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 손해다. 여성 임원이 사장까지 해야 한다”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오는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