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빨간불'…기업들 비상체제 가동

수출전선 '빨간불'…기업들 비상체제 가동

산업1부, 정리=양영권 기자
2013.01.14 06:00

업계 전망치 하한선 근접…휴대폰, 환율 10% 내려도 가격은 2%밖에 못올려

원/달러 환율이 정부와 국회의 전망치는 물론,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던 업계의 전망치마저 일부 밑돌기 시작했다. 환율이 급락 추세를 마치고 안정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대로라면 지난해 말 세운 올해 계획을 모두 다시 짜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올해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제시한 원/달러 환율은 1130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096원으로 내다봤다. 이미 환율은 이들 전망치보다 한참 아래에 형성돼 있다.

주요기업들은 낮게는 1000원, 높게는 1100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사업계획을 작성했다. 올해 환율 전망치는 △삼성그룹 1000∼1100원 △현대·기아차그룹 1050원 △SK그룹 1030~1080원 △LG그룹 1050∼1090원 △한화그룹 1080원 등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초 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가 연말로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내나봤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이미 연초에 전망치의 하한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기업들은 가격 이외에 품질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 외에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어 환율 하락에 속수무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의 경기가 좋지 않아 그들의 수입이 20% 이상 감소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마저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10% 떨어져도 휴대폰 수출값은 2%밖에 못올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휴대폰 등은 원화가치가 10% 절상될 때 가격은 각각 6.6%, 2.0%밖에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 때문에 환율 상승분만큼 충분히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채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분으로 손해의 일부를 흡수하고, 수출 측면에서는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을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하락시 수입하는 부품, 설비, 원자재 등의 구매 비용이 다소 절감되는 등 플러스 요인도 상존한다"며 "또 현지 통화 비중을 늘릴 경우 자연스럽게 특정통화 가치가 오르면 특정통화는 내려 헤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80%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액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낮아지는 구조다.

현대차 관계자는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통해 최근 환율 하락 움직임에 따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과거 결제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 등 기타 통화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생산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개발 등의 노력도 환율 대책으로 제시했다.

◇ 종합상사들, 저환율 대비 수출 줄이고 수입 늘린다= SK그룹 역시 석유 수입과 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환율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원유 수입 가격이 낮아져 영업외이익은 증가하지만, 동시에 수출단가 인하로 영업 이익은 감소한다. SK그룹 관계자는 "환헤지 상품 가입 등을 통해 환율 변화로 발생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외화 자산과 외화 부채 균형을 유지하고 △해외 생산을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으로 확대하는 등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힘써 왔다. 또 미국 뉴저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국 북경, 싱가포르 등 4개의 해외 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SK네트웍스,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들은 벌써부터 환율 하락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 대부분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방향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수입 판매 비즈니스를 새로 발굴하거나 약세 통화 국가 제품 구매를 확대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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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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