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신연금저축 시행령 늦어져 '판매 공백' 혼란…기존 상품도 보험사만 판매
직장인 정모씨(26)는 최근 보험설계사로부터 연금저축 가입 권유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앞으로 신(新)연금저축이 나올 예정이라 은행이나 증권사에선 (현행) 연금저축을 판매할 수 없다는데, 보험사에선 지금 가입해도 된다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소득공제 상품인 연금저축을 둘러싸고 금융업계와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연금저축 신규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보험사들은 설계사 채널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혼란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연금저축제도' 때문이다. 연금저축 상품은 2001년 1월1일부터 조세특례제한법(86조 2항)을 적용받아 왔지만, 지난해 말 세법 개정으로 인해 올해부터는 소득세법을 적용받게 됐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 공포가 늦어지면서 '공백상태'가 초래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기존 연금저축을 판매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새 법령 중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항목은 소급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인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이 1월1일부터 바뀌었으니 과거 상품을 계속 판매할 수 없고, 새 상품을 팔자니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신연금저축 관련 시행령이 지난 18일 입법예고 됐지만 아직 시행규칙도 없고 이에 따른 약관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월 시행령을 공포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시행령이 나온 후에도 새 상품 시판을 준비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공백상태'가 3~4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연금저축 가입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서두르지 말고 상황을 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신연금저축 제도는 고령화시대에 맞춰 전체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불완전판매 위험을 무릅쓰고 서둘러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은퇴를 전후해 적립한 연금을 단기간에 수령하고 싶은 금융소비자라면 기존 연금저축 가입이 유리할 수 있다. 연금저축의 수령기간이 기존에는 55세 이후 5년 이상이었는데 신연금저축에서는 15년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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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금저축 공백기'에 금융권 중 유독 보험사만 연금저축 판매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업계는 보험 판매의 경우 특성상 보험설계사의 생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쉽게 판매를 중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 KDB대우증권 영업부에서 한 투자자가 연금관련 상품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_뉴스1 유승관 기자
연금저축 상품은 현재 보험사(연금저축보험), 은행(연금저축신탁), 자산운용사(연금저축펀드)에서 운용 중인데,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를 앞세운 보험사가 시장의 75% 남짓을 점유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연금저축의 수수료가 낮춰짐에 따라 설계사들의 수당도 줄어들 상황이어서 (변경 전) 판매가 설계사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 연금저축 어떻게 달라지나?
'연금 납입기간은 짧게, 연금 수령기간은 길게'
신연금저축은 고령화시대에 발맞춰 고령 가입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특징이다. 오랜 납입기간이 부담스러운 고령가입자를 위해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줄어든다.
반면 '100세 시대'를 대비해 의무 수령기간은 5년 이상에서 15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연금을 오랫동안 나눠받도록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긴 시간 연금을 받는 대신 월 수령액은 줄어들게 된다.
납입한도는 분기별 300만원에서 연간 1800만원으로 조정된다. 분기별 제약이 없기 때문에 3월 이후 신연금저축 판매가 개시된 후 가입해도 소득공제 한도를 다 채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한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연 400만원까지다.
연금소득세도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도록 차등 조정했다. 기존에는 일괄적으로 5.5%(주민세 포함)씩 부과해온 연금소득세가 나이에 따라 3.3∼5.5%로 차등 적용된다. 만 70세가 되기 전에는 연금소득의 5.5%를 소득세로 부과하지만 70세부터는 4.4%, 80세부터는 3.3%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연금소득의 분리과세 한도가 현재 연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되고, 중도해지 시 해지가산세도 없어진다. 기존에는 가입 후 5년 내 해지 시 기타소득세(22%)와 납입금액의 2%를 해지가산세로 내야 했다.
가입자의 연령 제한도 없어진다. 기존 연금저축의 경우 만 18세 이상으로 제한됐지만 신연금저축은 따로 제한이 없다.

그러나 이들 내용은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 다소 변화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월18일부터 2월4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부처협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2월15일경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올 상반기(1∼6월) 중 연금저축 수수료도 대폭 하향조정된다. 은행에서 파는 연금저축 수수료는 현행 0.5~1.0%에서 0.5~0.65% 수준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증권사도 현행 1.05~1.88%에서 0.94~1.54%로 수수료를 인하한다. 한화생명, KDB생명, IBK연금보험 등은 예정사업비를 대면채널의 절반수준으로 낮춘 온라인전용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