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낭비 줄이고 빚 상환 우선순위
직장인 6년차 나요요씨(가명)는 몇달 전 인터넷뱅킹으로 신용카드 결제내역서를 확인하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카드 결제일까지는 2주일이나 남았는데 사용금액이 이미 급여수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나씨도 사회생활 초기에는 전문가 못지 않은 재테크 귀재를 꿈꿨다. 하지만 6년간 직장생활을 했음에도 보험은커녕 그 흔한 적금조차 가입하지 못했다. 급여는 공들여 쌓은 모래성마냥 매달 허무하게 사라졌다. 지출내역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재테크를 잘한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본격적인 소비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신용카드를 모두 해지하고 체크카드만 사용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과 쇼핑도 끊었다. 올해 초에는 재테크를 위해 본인 소유의 소형차도 처분했다.
하지만 소비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두 달도 채 안 돼 지치기 시작했다. 특히 여행과 쇼핑을 한순간에 중단하면서 삶의 재미조차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결국 신용카드를 다시 재발급 받았다. 그리고 3개월 전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됐다. 그동안 살까 말까 망설였던 옷을 모두 구입하는가 하면 충동구매도 서슴지 않았다. 2~3주간 매주 렌터카업체에서 차를 빌려 주말여행도 떠났다. 그리고 다시 중고차 매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비 요요현상을 조심하라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흔히 요요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동안 식욕을 꾹꾹 참았다가 뒤늦게 폭식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소비패턴이 있는데 이를 한번에 중단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나씨가 재테크에 실패한 이유는 쇼핑과 여행을 단숨에 끊었기 때문이다. 재테크의 첫 입문은 소비를 무조건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낭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예컨대 쇼핑중독에 빠진 A씨가 매달 옷과 신발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50만원이라면 다음 달에는 쇼핑 지출금액을 30만~40만원으로 줄이고 매달 조금씩 더 줄이는 방식으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돈은 자신의 포트폴리오 상황에 맞춰 중장기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장을 나눠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쇼핑과 여행 등 취미생활에 쓰는 돈이라면 취미생활 전용통장을 만들어 매달 급여일에 일정액을 예치해두고 그 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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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의식을 갖고 실천에 매진하라
목표의식도 중요하다. 돈을 왜 모아야 하고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미리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빚이 있는 상태라면 우선순위로 빚 상환에 주력하는 게 현명하다. 빚이 없다면 미혼의 경우 결혼자금을, 기혼자의 경우 주택자금 혹은 은퇴자금 마련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물론 빚이 있다고 무조건 빚 상환에만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갑작스런 경조사비나 각종 사고로 목돈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 상환비용을 조금 줄여서라도 급여의 일부를 비상금으로 모아두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최소 200만~300만원 정도의 현금을 예치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돈을 불리는 재미에 빠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최근 정기적금 이자가 4%도 채 안돼 돈 불리는 재미가 반감되긴 했지만, 재테크 새내기의 경우 굳이 적금 이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자가 낮더라도 중간에 해약하지 않고 끝까지 불입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이고 싶다면 은행 적금보다는 세금이 낮은 신협, 농·수협, 새마을금고 등에 관심을 가져보자. 이자의 상당부분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은행 적금의 경우 만기 시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신협과 농·수협, 새마을금고 등 단위조합은 1인당 2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다만 이자소득세 대신 농어촌특별세 1.4%를 내야 한다.
이 대표는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해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다. 자신의 소비가 과하다고 생각된다면 가계부를 쓰면서 매일 소비현황을 체크해보자. 한두달이면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