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과열 PPL 경쟁에 프랜차이즈 업계 '비명'
#1. A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 드라마제작사로부터 간접광고(PPL) 제의를 받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치킨집을 하도록 직업군을 설정해 준다며 광고비용으로 2억원을 제시한 것. 이 관계자는 구두상으로 계약을 맺고 점주와 상의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PPL 제의를 받은 건 A업체만이 아니었다. 드마라제작사가 모든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에 연락해 광고를 제의했고 점차 광고단가를 높여 최종적으로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업체가 선정됐다. 제작사 측이 광고료를 많이 준다는 치킨업체를 골라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 업체는 결국 매장 인테리어 비용만 날려야 했다.
A업체 관계자는 "드라마제작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광고비 높은 곳과 계약해야겠지만 계약하는 척하고서 틀어버리면 우리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프랜차이즈업계는 드라마제작사의 봉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2. B국수 프랜차이즈업체는 저녁 8시대에 방영되는 일일드라마의 메인스폰서를 맡았다. 드라마에 상호명이 그대로 노출되고 여주인공이 국수가게 사장으로 등장해 약 4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120회로 예정된 드라마는 시청률 저조로 27회만에 종영됐다. 이런 와중에 광고주인 B업체와는 아무런 상의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업체는 광고주지만 결코 '갑'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자조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3. C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요즘 8시만 되면 TV 앞에 앉는다. 이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의 메인 협찬사여서 방송이 잘 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요즘 C업체 관계자들은 D프렌차이즈 때문에 근심이 많다. 어느 회부터인가 C업체 외에 D업체까지 방송에 나오기 시작한 것. C업체 관계자는 "주협찬사는 우리인데 때로는 다른 업체의 메뉴가 더 주목받을 때가 있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요즘 방영되는 TV 드라마 속 주인공은 외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PPL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외식프랜차이즈업체가 간접광고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장소협찬에 그쳤지만 직업군을 설정하거나 상호명이 방송프로그램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도록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이렇듯 드라마의 내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광고효과도 극대화되고 있다.
문제는 PPL로 인해 업체 간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이를 노린 사기대행업까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특히 프랜차이즈업계에는 드라마 PPL을 알선해주는 전문업체까지 생겨 광고비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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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소규모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공중파TV의 광고료가 비싸기 때문에 PPL로 광고를 대신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프랜차이즈업체끼리 PPL경쟁이 심화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부작용 낳는 PPL 경쟁
프랜차이즈 본사로서는 고객을 모을 수 있고 매장 점주는 가게를 홍보할 수 있어 PPL을 선호한다. 여기에는 가맹점주의 마케팅 요구도 한몫 한다. 자신의 매장에 고객이 잘 모이도록 본사 차원에서 마케팅을 해달라는 것이다.
통상 한 방송프로그램에 PPL을 하려면 4억~5억원은 줘야 한다. 방송 횟수와 노출 정도, 로고를 내보내는 순서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하지만 영세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과열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프랜차이즈업체의 매출액은 대기업과 비교해 극히 적은 수준"이라며 "큰 광고비를 집행할 수 없는데도 광고비 지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에서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면 결국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요즘 드라마를 보면 저렇게 영세한 업체가 어떻게 거금을 들여서 PPL을 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가맹점이 몇개 되지도 않는 업체들이 더 많은 가맹점을 유치하고자 모험을 걸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제작을 담당하는 한 PD는 "열악한 방송제작 현실에서 더 많은 광고비용을 주는 광고주를 선택하게 돼 있다"며 "주먹구구식이 아닌 노출 횟수와 시간 등 빈도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 역시 사기성 대행업체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제작사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PPL대행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이로 인한 피해도 불어나고 있는 것. 예컨대 제작사에서는 1000만원의 제작비를 요구했는데 대행사가 광고주에 7000만~8000만원을 요구한 후 차액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 PPL 때문에…'산으로 가는 드라마'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함께 피자 메뉴를 개발하면서 사랑을 싹틔운다. 시청자는 자연스레 '저 두 사람이 만든 피자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 얘기다. 한 외식업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개발한 신메뉴를 출시하며 소위 '대박'을 쳤다.
방송법 시행령 59조 3항에 따르면 간접광고는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송사업자의 편성 독립성을 저해하면 안된다. 또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로고 등 상품을 알 수 있는 표시의 노출시간은 해당 방송프로그램 방영시간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고, 노출되는 상표·로고 등은 화면의 4분의 1을 초과하면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방송법에 근거해 심의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한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극의 흐름이나 맥락상 들어갈 내용이 아닌데 들어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전에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주인공의 직업을 설정하는 것 등은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간접광고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PPL 경쟁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를 눈여겨본 시청자라면 갑자기 등장하는 외식업 장면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주인공이 갑자기 외식업종을 차리거나 취업하는 식으로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 측은 "광고로 제작비를 벌지만 드라마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이 과도하게 반영되면 드라마 PD와 작가의 반발을 살 것"이라며 "PPL이 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맞지만 혼탁 양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나친 비판을 경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