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46주년, 대우·김우중 명예회복 이뤄질까
"김우중 회장 같은 열정과 정신을 가지신 분이 천하에 어디 있습니까. 평생을 청년같은 마음으로 사신 분입니다. 작으나마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명예회복은 해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김문현 전 대우자동차 해외판매법인 대표는 1990년대 중반 '르망'과 '티코'를 팔기 위해 남미 국가들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당시 페루와 콜롬비아에서는 대우차가 일본, 미국산 승용차도 따라잡고, 전체 승용차 판매 시장의 20%를 점유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 최일선에 그가 있었다.
오는 22일로 대우그룹이 창립 46주년을 맞는다. 김 전 대표는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대우인으로서, 이제는 대우에 대한 재평가와 김 전 회장에 대한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재평가' 화제될 듯= 대우그룹은 1967년 3월22일 설립된 대우실업을 모태로 한다. 한 때 삼성그룹을 제치고 현대그룹에 이어 재계서열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은 아직까지 재계와 정계 등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매년 대우그룹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다. 지난해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대우맨' 4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역시 같은 장소에서 창립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는 무엇보다 새 정부 들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대우그룹과 김 전 회장(77)에 대한 재평가가 화제가 될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6년 징역 8년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이 확정됐다. 이듬해 말 징역형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추징금은 사면을 받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추징금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2008년 다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정상적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 '세계경영' 시절 인맥이 있는 베트남에서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19일 생일을 가족들과 보내기 위해 귀국했을 정도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김 전 회장이 건강 문제 때문에 기후가 온화한 곳에 머무는 게 좋다는 권유에 계속 하노이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전 회장이 대우건설 등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를 인수해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사업 재기를 하려면 돈과 사람이 필요한데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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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주변, '대우맨' 포진=이명박 정부 때, 김 전 회장의 사면과 명예회복 전망이 해마다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은 새 정부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주변에 '대우맨'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우그룹 비서실 임원 출신인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을 들 수 있다. 백 비서관은 그룹 해체 뒤 김 전 회장의 공보대변인을 지내면서 김 전 회장의 '입'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스승'으로 불린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사장을 지냈다. 대표적인 친박계인 강석훈, 안종범 의원 역시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역시 친박계인 조원진 의원은 대우 중국법인에서 근무했다.
무엇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김 전 회장의 부친인 김용하 전 대구사범학교 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은사다.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서거로 청와대를 나온 이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가 1990년 EG(당시 삼양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IMF 때 사업실패 등으로 금융거래가 막히고 다시 사업을 못할 상황에 놓인 국민들이 많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는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재원이란 차원에서 접근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 김 전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대우 출신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과거의 경험을 살려 일하고, 나라 발전을 도우라"고 격려한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옛 대우인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글로벌 경영인 양성을 목적으로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포 베트남' 프로그램에 참석해 청년들에게 수차례 강연을 하기도 했다.
장병주 세계경영연구회장은 "김 전 회장이 갖고 있는 생각을 별 것 없다.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줘 국가와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