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세피난처, 무조건 惡인가···마녀사냥 경계해야

[기자수첩]조세피난처, 무조건 惡인가···마녀사냥 경계해야

류지민 기자
2013.05.27 05:30

지난 24일 새벽, 가수 손호영이 자살을 시도하다 발견됐다. 다행히 지나가던 시민이 발견해 구조할 수 있었지만, 차는 전소되고 손호영이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손호영은 여자친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곧이어 퍼지기 시작한 추측성 루머에 고통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는 손호영이 여자친구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다는 등의 악의적인 소문이 넘쳐났다.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뒤였다.

'묻지마 악플'과 근거 없는 공격성 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대상도 개인에서 특정 단체 혹은 기업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의 무서운 점은 한 번 목표가 정해지면 마치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땅처럼 순식간에 황폐화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조세피난처가 관심의 대상이다. 조세피난처는 세율이 낮고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탈세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이 이곳에 설립한 법인의 자산총액이 6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은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부분은 대기업을 성토하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조세피난처가 아니라 조세도피처', '사악하고 악마 같은 대기업 다 망해야한다', '힘없는 국민들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대기업들은 저렇게 돈세탁을 하다니, 강력하게 처벌해라' 등 감정적이고 분노에 찬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했다고 해서 100% 탈세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외국기업과의 계약이나 해외증시 상장을 위해 SPC(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업 특성상 필수적인 단계였을 수도 있고 혹은 정말로 탈세와 비자금 조성 위해 저지른 일 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비난의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그 대상이 확실해진 뒤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여론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수년간 꿈쩍 않던 대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갑을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이뤄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군중심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할 때다. 힘없는 개인만 마녀사냥에 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도 충분히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불매운동 한 번에 기업이 무너진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견제와 권력의 남용은 다르다는 점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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