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때리기가 능사는 아니다

[기자수첩]대기업 때리기가 능사는 아니다

구경민 기자
2013.05.31 07:48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정부 눈치 보느라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에요."

국내 대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경제민주화, 탈세, 비자금 수사, 일감몰아주기 등의 대형 악재들로 정작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CJ를 향한 검찰의 칼날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재벌을 정조준한 시범케이스라는 점에서 대기업들은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사법당국의 수사방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을 넘어 미술품 가공거래와 편법 증여 및 상속 의혹, 주가조작 등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은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 뿐 아니라 공정위와 국세청 등에서도 새 정부와 방향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으로 보여 CJ와 같은 시범케이스가 더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해직언론인 출신들로 구성된 인터넷신문인 뉴스타파가 지난 2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온 재계 총수 등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대기업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여론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갖고 있는 그룹들을 모조리 탈세나 돈세탁 의혹으로 몰아가자 대기업들은 조세회피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글로벌 경영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엔저 쇼크'로 수출이 더욱 부진해 지고 있고 내수도 외환위기 못지않게 썰렁해 저조한 실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여기에 검찰수사까지 장기화하면 기업경영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로 대기업들을 손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이나 오너일가의 비리와 불법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검찰수사는 해당혐의에 대해 조용하고도 신속한 수사로 환부를 도려내 종결지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변죽만 울리는 수사에 그치게 된다면 기업들에게 커다란 후유증 만을 안겨주게 된다. 대외신인도 하락과 영업 타격, 주가하락, 자금조달 차질 등으로 기업이 위축된다면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복지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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