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20대 A씨의 벤처 사무실은 말 그대로 수수했다. 서울 마포구의 다섯 평 남짓한 오피스텔엔 벽면을 따라 놓인 컴퓨터, 전 직원 다섯 명이 회의할 수 있는 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컵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때 필요한 전기 포트가 전부였다. 끼니때가 되면 각자 라면을 끓여먹거나 아주 가끔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먹는다고 했다.
일 년 전쯤 삼성동의 또 다른 벤처사무실을 방문했던 기억이 오버랩됐다. 글로벌 게임회사 임원출신이던 40대 B씨는 모바일용 게임 개발 사업을 위해 퇴사 후 회사를 차렸다. 열 명 남짓한 직원들과 함께 쓰는 사무실은 쾌적했고 캐릭터 모형이 진열된 장식대와 쇼파, 수면실도 눈에 띄었다. B씨는 한국보다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며 투자자를 찾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세달 동안 '로드쇼'를 떠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벤처인'이지만 출발점은 극과 극처럼 다른 모습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는 젊음 벤처인은 배가 고팠고, 십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며 경륜을 쌓은 벤처인은 안정적이고 여유가 넘쳤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청년 창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노동부와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전국의 지역자치단체, 대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청년 창업 센터'나 '창업사관학교', '창업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배고픈 젊은 벤처인들의 형편은 조금 나아졌을까. A씨는 "우후죽순처럼 지원하겠다는 곳은 많지만 정작 인력구인, 회계장부 작성, 특허출원 등 벤처를 꾸리면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도움이나 조언을 받기가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막상 여러 곳에서 투자제의를 받는다 해도 어떤 제안이 우리에게 좋은 건지,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회사의 내밀한 부분을 보여줘도 되는 건지 믿고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여러 단체들이 '성공하는 창업이란 무엇인가' , '선배 창업자의 성공스토리' 등 귀에 솔깃한 주제를 내세우며 청년들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 청년들에 진정 필요한 것은 열명의 '화자'(話者)가 아니라 한명의 '청자'(聽者)다. 그들의 하소연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