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7월29일(07:46)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공적자금이 대거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2년 마다 돈보따리를 풀어 놓는 국민연금의 정기출자 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책펀드도 대규모로 조성될 전망이다.
돈을 풀겠다는 데 마다할 곳은 없다. 이정도로 큰 장이 언제 다시 설지 모르니 한 몫 챙겨두자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3분기를 전후한 시점에 워낙 많은 기관들의 출자 사업이 몰려있다보니 제안서나 프리젠테이션 준비보다 최대한 경쟁률이 낮은 출자사업을 고르는 '눈치작전'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운용사 선정 공고를 낸 두 공공기관의 출자사업에 대해 벤처캐피탈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곳은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다른 한 곳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다. 전자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건"이란 평가가 나오는 반면 후자는 "펀드 클로징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다른 출자기관의 벤처펀드 조성 사업에 매칭 형태로 소액을 출자해온 게 전부였다. 따라서 미래성장산업펀드 운용사 선정 공고 자체를 모르고 있는 벤처캐피탈이 태반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핵심 유한책임투자자(LP)로 나서는 펀드 조성 사업이 드물었던 까닭에 경기도의 일자리창출펀드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벤처펀드 조성에 나선 두 기관은 흥행 여부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두 곳 모두 자체적으로 운용사 선정 작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실력 있는 벤처캐피탈들이 몰릴지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했다.
우정사업본부와 경기도의 접근법은 서로 달랐다. 경기도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우정사업본부는 LP 모집 부담을 덜고 '주목적 투자대상' 제한을 파격적인 수준으로 완화했다. 전자가 '당근'을 키웠다면 후자는 운용사가 '일할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한 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시장 반응을 놓고 본다면 경기도 일자리창출펀드 조성 사업은 흥행에 먹구름이 낀 양상이다. 무한책임사원(GP) 의무 출자비율이 펀드 규모에 비해 너무 높은 데다 검증된 운용사를 선정하겠다는 욕심 탓인지 신생사나 중소형 운용사들의 지원을 원천 봉쇄했다.
반면 미래성장산업펀드에 대한 벤처캐피탈 업계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우정사업본부 출자사업의 유일한 걸림돌은 비슷한 시기에 벤처펀드 제안서를 마감하는 국민연금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을 놓고 저울질에 나선 곳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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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 가리기에 나선 우정사업본부와 경기도에 대한 시장의 엇갈린 반응은 수요자들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깊게 했는지에서 비롯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일단 펀드를 클로징하고 투자를 집행해야 회수가 이뤄진다는 기본 원리에 충실했다. 경기도는 "돈 주겠다는데 누구든 줄은 서게 마련"이라고 여긴 듯 하다.
아직 두 펀드의 제안서 마감일에는 여유가 있다. 따라서 흥행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경쟁률이 높은 출자사업에 양질의 제안서가 몰려들수 밖에 없다.
앞으로 조성될 정책펀드들도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쟁쟁한 기관들의 출자사업이 잇따르고 있어 수요자(운용사)가 공급자(출자기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통상 수요자 친화적 조건을 내걸면 실력 있는 운용사들이 몰려든다. 우수 운용사들이 수익과 정책적 목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트랙 레코드(Track-record)가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