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아그라에 꺾인 위기의 한의사들

[기자수첩]비아그라에 꺾인 위기의 한의사들

이지현 기자
2013.07.31 07:00

"불황에 의료계 전체가 앓는 소리를 하지만 한의원들은 정말 더 힘든 상황입니다. 한의사는 늘고, 손님들은 줄면서 이중고에 처해 있습니다. 건강보험 시장이라도 활짝 열렸으면 좋으련만..."

서울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기자를 만나 이렇게 푸념했다. 그는 가뜩이나 힘든 한의계가 의료보험 확대를 두고는 패를 나눠 싸우는 모습이 더 보기 싫다고 했다.

흔히 한의계 위기를 말하는 두 가지 키워드로 '비아그라'와 '홍삼'을 꼽는다. 1999년 10월 국내 판매를 허가 받은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남성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을 개척했다.

이 약은 '남성들의 정력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까지 돌며 한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남편을 위해 '한약'을 짓던 아내들의 한의원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정식 출시 전 암암리에 비아그라가 나돌던 시절에도 "비아그라 때문에 경동시장 매출이 절반이상 줄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실제 미국에서도 비아그라 출시 후 정력에 좋다고 소문이 난 알래스카 순록 뿔의 판매가 급감했다는 통계가 있다.

한의계에 두번째 몰아친 쓰나미는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확대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약 컨셉으로 등장한 홍삼은 지난해 시장규모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노인이나 아이 등 연령대별로 맞춤형 홍삼 제품까지 등장하며 명절 선물용 보약이나 수험생 보약 같은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이렇다보니 한의원은 50만원이던 보약 가격을 20만~30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한약을 짓겠다고 오는 손님은 여전히 줄고 있다. 2만~3만원대인 침 치료 환자가 없으면 고사 직전이다. 한 한의사는 "최근 뜸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한의계 내부 노력이 커지고 있다"며 "옛날에는 한의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분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한의계가 이번에는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약을 다려서 약봉지에 담은 첩약을 의료보험 대상으로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한의사들끼리 찬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자칫 한약사 등에 '한약 제조' 자리를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측 논리다. 위기의 한의계가 이제 '분열'보다는 화합으로 난국을 해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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