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8월05일(07:33)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출 강국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속도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난 달 한 제약 산업 관계자에게 정부의 제약산업 지원 정책에 대해 묻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양한 제약산업 지원책에서 '비임상(전임상) 시험 CRO(외부연구개발 전문업체)'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낀 모양이다. '임상(cinical trial)'에 대한 지원이 부럽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약산업 육성 지원 계획'에서도 인프라 구축에서는 '임상시험 고도화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를 마련하고 임상시험 인프라 고도화 지원을 위한 임상시험산업 재단을 설립한다.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 펀드'에서도 '임상'을 우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대상 분야인 해외 M&A와 기술제휴, 해외 생산설비·판매망 확보에서 CRO의 경우 임상설계 중심의 개발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상 시험의 중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의약품 개발을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의 핵심이다. 임상 시험 단계의 인프라 없이는 '신약·신제품 개발을 통한 해외수출'이나 '세계 7대 제약 강국'은 상상할 수 없다. 임상시험에서 소요되는 비용도 비임상 시험보다 일반적으로 높기 때문에 지원 규모가 커야 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그러나 제약산업 관계자들은 임상시험이 중요한 만큼 비임상 시험 단계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비임상 시험은 임상시험 이전에 동물을 상대로 신약후보물질을 시험하는 단계다. 여기서 의약품후보물질의 생체 안전성과 반응성 등을 확인해야 임상 시험으로 이행할 수 있다. 단순히 표현하면 임상 시험에 올라가기 전에 약이 될 만한 것과 안 될 만한 것을 구분해준다.
비임상 단계가 부실하면 임상 단계에서 헛돈을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상 단계로 올라가지 말아야 할 신약 후보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다. 반대로 임상 단계로 올라가야 할 것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비임상시험이 신약개발의 인프라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식약청에서 지정한 국내 비임상시험 실시 기관(CRO)은 지난 1월 기준으로 19개다. 임상시험실시기관은 163개인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그나마 19개 비임상시험 실시 기관 중에서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춘 곳은 정부출연 비임상 연구시험 대행 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민간 업체인 캠온과 바이오톡시텍 등 3곳 정도다. 또 미국 FDA에서 비임상 시험기관으로 적격승인을 받은 국내 기관은 안전성평가연구소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의약품 안전성평가를 위한 비임상시험의 60%는 해외 CRO에 위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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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체결 이후 심각해진 국내 제약산업의 위기는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미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해외 CRO를 인수하거나 기술제휴에 성공한다면 국내 제약산업의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산업이든 하위 단계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탈이 없다. 아무리 급해도 모래 위에 누각을 세울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