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삼성전자, 애플 절대 못이기는 이유

[우리가보는세상]삼성전자, 애플 절대 못이기는 이유

서명훈 기자
2013.08.11 16:08

오바마의 거부권 행사, 우리나라 라면 가능했을까?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오바마가 한국 대통령이었다면 과연 저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왜 저런 정치인이 없을까, 정말 부럽다”

최근에 만난 전자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애플의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한 말이었다.

의외의 질문에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결론을 내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만약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애플이 수입금지를 요청했고 이를 특허법원이 받아들인 상태라고 가정을 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특혜 시비다. 정부가 삼성에 대해서 또 다른 특혜를 제공했다는 비난은 기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경유착이 없었는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정보기술업계 단체인 컴퓨터통신산업연합회(CCIA)는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는 미국 경제와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허 소송에 먼저 불을 붙인 것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애플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오바마 대통령의 개입은 그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며 “미국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위한 도구로 미국 특허제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그럼 과연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비판이 나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주변 정황을 살펴보면 이같은 비판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대통령이 준사법 독립기관인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6년 만의 일이다. 평소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를 압박했던 터여서 해외의 비판 역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한마디로 오바마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기업들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 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이 비록 옳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인들이 부러움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개를 돌려 우리를 한번 살펴보자. 국회에서는 기업들이 아무리 반대 목소리를 높여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에 묻혀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됐다. 9월 국회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법 개정안도 처리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는 대기업들의 투자 관련 세금 감면 혜택이 대폭 축소됐다.

요즘 상식대로라면 앞으로 삼성전자는 애플을, 현대차는 토요타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점점 더 그들이 부러워질 테니 말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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