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비상'電爭'] 전력난 해소 위해 대형 공장·건물 자체 발전기 동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GS칼텍스 직원들은 2011년 1월 17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그날 GS칼텍스 여수 공장은 전력선 이상으로 오후 4시8분부터 31분까지 전기가 나갔다. 채 3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정전이었다. 하지만 입은 손해는 300억원 이상이었다.
지금은 해당 전력설비 보강을 완료해 같은 이유로 전기가 끊길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국가적인 전력난으로 갑작스런 정전 사태가 언제 닥칠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2일 정유, 화학, 자동차 등 대형 업체들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국가적인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비상발전기까지 가동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에어컨을 끄고 아주 필요한 곳에만 전등을 켠다든가 하는 일반적인 '절전'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GS칼텍스의 경우 정전시를 대비해 30메가와트(MW) 규모의 비상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여수 공장에는 900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인체의 혈관처럼 원료와 생산물, 스팀 등을 나르는데, 전기가 나가 파이프라인 어느 한 곳을 흐르던 물체가 굳기라도 한다면 대형 손실로 이어진다.
비상발전기는 정전시 최소한의 전력을 공급해 이같은 사고를 막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지난 5일부터는 15MW 규모로 비상발전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GS칼텍스에 요구한 절전 규모가 10MW 정도인데, 이보다 더 많은 전기를 자체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동의 전등과 에어컨을 모두 끄는 등 전기 절약을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조치는 이미 다 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114,100원 ▲4,000 +3.63%)은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여유 스팀을 활용한 자체 열병합 발전기에서 50MW의 전기를 생산한다. 자가 발전 비중은 평소 전체 전기 사용량의 12%에서 15%대로 높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혹서기에는 작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기보수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전력 사용을 줄이고자 일부 대형 공정의 정기보수를 지금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스팀을 이용한 발전량은 그대로 유지, 국가적 전력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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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318,000원 ▲4,000 +1.27%)도 여수NCC 공장에 있는 발전기를 거의 100%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품 생산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이용하는 발전기를 75MW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공장을 돌리는 데 사용하기 위해 발전기를 70∼80% 정도만 가동한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하절기 전력 부족 현상이 빚어져 출력을 높인 것이다.
대형 공장뿐 아니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 건물도 비상 발전기 가동에 들어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16일까지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그룹 사옥과 금호타이어 광주·곡성·평택 공장, 아시아나항공 본사, 아시아나IDT 데이터센터 등이 자체 발전기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업장별로 하루 5~9시간 동안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고 조명과 냉방 설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5일 동안 약 200MW의 전력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남양연구소도 대형 시험 장비의 시험 시간을 조정하는 것과 함께 비상발전기 가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