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 지원책, 왜 신생아만?

[기자수첩]中企 지원책, 왜 신생아만?

김하늬 기자
2013.09.02 08:10

"마음 같아서는 회사 간판을 바꿔 달아 '창업' 혜택을 받고 싶습니다"

설립된 지 10년 된 한 IT 중소기업 임원 A씨가 양 손 가득 서류봉투를 내려놓으며 힘없이 한 말이다. 그가 들고 있던 봉투에는 회사의 신용보증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한 신청서와 서류가 들어 있었다.

설립 10년만에 매출액 120억원의 견실한 IT기업으로 성장 한 이 회사는, 작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적잖은 투자비용에 탓에 기존 5억원의 신용보증대출 한도를 10억원으로 늘리고자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을 찾았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6월 신보를 찾아가 문의했을 때만 해도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신보측은 "새로 창업하거나 설립 5년미만 기업에게만 보증 확대를 해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답변을 내놨다.

빈손으로 신보를 나온 사람은 비단 A씨뿐이 아니었다. A씨에 따르면 "구로 디지털단지를 비롯해 대부분의 산업단지 중소기업 임원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신보를 통해 대출을 받으면 이자율이 2~3%가량 낮아지고 대출 절차도 간소해지지만 이같은 혜택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신보 입장에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대책 가운데 실적이 눈에 띄게 드러날 수 있는 창업 기업에만 '올인'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신보는 현재 우선 지원 대상인 창업기업이나 5년 미만 기업 외에 더 오래된 기업은 보증한도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만 하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상태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가시적인 실적을 내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문제는 현재 임기가 만료된 안택수 이사장의 후임이 선정되면 또다시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보는 안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 7월로 끝났지만,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으며 한 달 넘게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신보 직원은 "당장은 10년차 이상 기업들의 보증 한도 확대가 어렵겠지만 신임 이사장 선임 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기업 담당자들에게 내년에 다시 보자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각종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당장에라도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에선 '빌려주는 자'의 성과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기업의 새싹(창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설립 연수나 성장세가 오히려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