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돈 많은 사람만 산다는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즈.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헐리우드 스타들과 대부호들이 한데 모인 이곳은 거주자들의 입맛 또한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있다.
내로라하는 명품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비버리힐즈 식당가에서 지난 27일 한국기업 CJ가 세운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bibigo)를 봤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 식당으로 들어가 보니 돌솥비빔밥과 스테이크비빔밥을 맛있게 비벼먹는 백인들로 가득했다. 기자가 봐도 그 풍경이 낯설고 신기할 정도였다.
이런 비비고 매장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 영국·중국 등 7개국에 25개가 있다. CJ는 2020년까지 742개까지 매장을 늘린다는 목표다.
비비고는 특히 미국에서 한인교포가 주로 사는 코리아타운이 아니라 현지 오피리언 리더들이 집중 거주하는 메인스트림 상권에 뛰어드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동안 외국에서 한식을 먹으려면 '아리랑'이나 '경복궁' 같은 한국풍(?) 이름이 들어간 변두리 교민식당에 가야 했다.
미국에서도 현지인들이 젓가락을 들고 스시(일식)나 똠양꿍·팟타이(태국식) 등 아시안 음식을 먹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지만, 한식은 아직 미국인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메뉴다. 미국에서 비비고의 도전이 나름 의미를 받는 이유다.
그나마 비비고는 CJ의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폭적인 투자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이런 진출은 꿈조차 꾸지 못한다.
한류가 떴다고 하지만 외국인들은 아직 한식 문화를 낯설어 한다. 게다가 나라마다 노동법과 세금 문제가 달라 한식 진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한국대사관에서 조금만 협조 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외식업계는 말한다.
이를 풀어 말하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만 더 빨리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민관 어느 한쪽만 나선다고 한식 세계화가 쉽지 되지 않는 것은 전 정권에서 수 백 억원의 예산을 들이며 터득한 비결이다.
태국은 이미 외식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제 정부도 골목상권에 대기업 음식점을 들이냐 못 들이냐 보다, 한국 외식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좀 더 현실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할 때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는 한식 세계화 지원책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