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교육 에세이] 치의학박사 김인수가 보는 치아세상

충치가 의심된다고 내원하신 환자분의 입안을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아도 충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찬 음식이나 찬물, 심할 경우 뜨거운 것에도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낀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이는 왜일까? 치아를 시리게 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 치경부마모증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경부란, 쉽게 말해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말 그대로 이 부분이 마모되는 증상이 바로 치경부마모증이다.
치아는 제일 바깥쪽이 가장 단단한 법랑질로 되어있고, 그 안은 경도가 조금 더 낮은 상아질, 그 안에 우리가 흔히 신경이라 말하는 치수가 들어있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90% 이상의 무기질로 구성되어 있는 법랑질은 우리가 인체 중에서 가장 튼튼하다고 알고 있는 뼈보다도 더 단단하다.
이 법랑질이 치수와 치수를 둘러싸고 있는 상아질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 찬 음식이나 찬 음료 등을 아무런 불편감 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인데, 치경부마모증의 경우 법랑질 부분이 패여 나가면서 상아질이나 심한 경우 치수에 가까운 부분까지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마다 패여나간 부위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위가 도끼질을 한 것처럼 V자 모양으로 깊게 패여 있는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치경부마모증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어떻게 치료해야할까? 치경부마모증의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방법으로 양치를 하고 있거나 너무 세게 하는 경우, 즉 좋지 않은 양치질 습관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노화나 교합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또 너무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즐겨먹는 식습관을 가진 경우 교합압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 교합압이 치경부마모증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음식을 씹을 때는 치아의 윗면, 즉 씹는 면을 사용하는데 치아의 옆면인 잇몸경계부위가 패이다니? 이는 오래된 건물과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건물이 오래되면 중력에 의해 옆면에 금이 가고 조금씩 부스러지기도 한다. 오래 되었다고 해서 건물의 윗부분이 부서져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듯이 치아도 마찬가지이다. 치아의 뿌리 부분은 치조골이 단단히 잡고 있고, 윗부분으로 계속적으로 음식물을 씹다보니 그 스트레스로 인해 치아의 옆구리 부분이 떨어져나가는 것이다.
맹출 이후 평생을 사용하는 치아인 만큼 누적되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특별히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을 즐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치경부마모증이 생기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오돌뼈나 오징어와 같이 딱딱하고 질긴 음식들을 즐기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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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잘못된 방법으로 양치를 하고 있거나 마모제 성분이 많은 치약을 사용하고 있다면 마모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고 이미 마모된 부분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법랑질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상아질이 드러나는데, 이 상아질은 법랑질에 비해 훨씬 무른 성질이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마모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심한 경우 치아의 목이 점점 얇아지다 똑 부러지는 경우도 있으니 시린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치료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치경부마모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그러하듯 원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결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마모의 진행은 어쩔 수 없겠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양치질을 하고 식습관을 개선한다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교합관계가 좋지 않아 특정 치아에 교합압이 집중되는 경우라면, 너무 많은 힘을 받는 부분을 조금 삭제하는 교합조정술로 교합압을 분산시키는 등, 꼭 교정이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은 개선이 가능하므로 참고하면 좋다.
치경부마모증의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한 편으로 부작용이나 통증이 없고, 그러므로 마취가 필요하지도 않다. 패여 나간 부분을 깨끗이 하고 그 부분을 본인의 치아 색과 맞는 레진으로 때워주면 되는데, 레진 재료를 충전한 부분과 치아의 경계부가 매끄럽지 못하고 턱이 지게 되면 그 틈으로 충치가 발생할 수 있고 탈락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술자의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라 할 수 있다. 또한 치료를 해놓았다 하더라도 전과 같은 양치질 습관,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충전해놓은 재료 역시 탈락될 수 있으니 악습관의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