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교육 에세이] 치의학박사 김인수가 보는 치아세상

아마도 사람들은 치아 고민에 대해서 평생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그거 먹으면 이 다 썩는다!"하시는 부모님의 호통 속에 충치를 두려워하며 자랐고, 나이가 들어서는 "이 이는 살리지 못합니다. 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치과의사의 사망선고(?)를 두려워하게 된다. 치과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내원할 때마다 들려오는 비보에, 치과로 가는 발걸음은 왜 그리 무겁기만 한지.
치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풍치라는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이전 칼럼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는 내용인데, 잇몸 뼈가 나빠져 치아를 단단히 잡아주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사실 충치보다 무서운 것이 풍치이다. 충치라면 심각한 경우라도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뿐 치료를 통해 기능을 회복하게 할 수 있지만, 잇몸이 나빠지게 되면 일부 한정적인 케이스(잇몸뼈 재생술이 가능한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생이 매우 어렵다. 잇몸뼈를 재생시키는 특수한 치료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케이스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닐뿐더러, 잇몸질환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치료들은 재생적인 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현 상태의 유지에 중점을 두는 것인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개의 치아에만 국한되는 충치와는 다르게 치주질환은 방치할 경우 계속 옆으로 퍼져나가, 소리 없이 모든 치아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런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은 이를 잘 경계하지 못해 100명 중 17명 꼴로 풍치 치료를 받고 있다. 일단 치주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육안으로 병소의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미한 증상들이 나타나도 치주질환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주질환의 초기 증상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흔하게는 양치시의 출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치주질환에 이환되면 잇몸에는 염증이 생기게 되고 이 경우 건드리기만 해도 출혈이 생기기 때문에 양치시 칫솔모의 자극에 의해서도 피가 나게 되는 것이다.
또 치아가 들뜬 느낌이 나거나 잇몸이 간질간질 하다거나 잇몸이 붓고 구취가 심해지는 증상 역시 치주질환의 신호이므로 가능한 한 빨리 치과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증상들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괜찮아지는 듯 했다가 컨디션이 나빠지면 심해지는 등, 단순히 몸이 피곤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병소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활개를 치는 것이므로,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해결될 수 있다.
이전 칼럼에서스켈링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초기 치은염을 넘어 더 악화된 상태라면 스켈링만으로는 안 되고 잇몸치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잇몸치료는 먼저 스켈링이 선행되고 난 뒤 구강 내 치아를 위 세 부분, 아래 세 부분 총 여섯 부분으로 나눠서 한 부분씩 마취하에 진행하게 되는데, 의사가 직접 수기구를 이용하여 스켈링으로는 다 제거하지 못하는 깊은 부위의 치석이나 염증조직들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술식이다. 요즘은 레이저를 이용한 잇몸치료도 시행되고 있어 출혈이나 통증이 적으면서 치료 후 만족도가 높은 시술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스켈링을 받으러 내원하여 그때그때 잇몸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양분이 없고 썩어버린 토지에서는 제아무리 강인한 식물이라 하더라도 살아갈 수가 없듯이,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주조직들은 치아의 생(生)과 사(死)를 결정한다. 비옥한 땅을 만들듯 올바른 치주관리가 되어야 소중한 치아를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