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리안 메이저리거, 스타트업에서 나오려면?

[기자수첩]코리안 메이저리거, 스타트업에서 나오려면?

김하늬 기자
2016.06.01 06:00

"앞으로 저와 같은 선량한 투자자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의한 피해자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이달 2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령 스타트업을 세워 정부보조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김모씨가 최후 변론으로 한 말이다. 그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의 성공경력은 전부 거짓이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을 시작하고, 뉴질랜드에서 성공을 거둬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엔젤투자자로 국내에 알려졌다. 이 경력으로 수년간 창업 멘토를 자처했고, 벤처업계 선배들의 '우산'속에서 나름 거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서류를 꾸며 정부 보조금을 가로챘다. 은행 입출금 서류나 주주총회 의사록을 위조하며 유령회사를 연명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그의 명성 앞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김씨에게 피해를 본 창업자 A씨는 다시 창업을 준비 중이다. A씨는 기자와 만나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야기했다. 프로야구 팬인 그는 '신고선수 신화'로 불리는 김현수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쪽(벤처투자업계)에 학연도 지연도 없는 제가 창업 아이템 하나로 버틸 수 있는 건 김현수 선수처럼 성실하게 실력만 키우면 된다는 생각에서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2006년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8개 구단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해 야구를 그만 둘 위기에 처했지만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김현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A씨는 첫 창업 실패도 누군가를 잘못 만나서라기보다 내가 부족한 아이템으로 섣부르게 '대박'을 원해서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두 번째 도전에는 억지로 정부 보조금에 손을 벌리거나 누군가의 인맥에 기대기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의 문제가 결국 더벤처스 사태로까지 번졌지만, 정작 과거에 김씨를 신뢰하며 키워줬던 벤처선배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사이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들은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 다들 마음에 품었던 '글로벌'의 꿈은 피멍이 들었고 한 대학생 창업자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사업이나 해외 IR(기업설명회), 글로벌 진출사업보다 선행돼야할 과제는 사실 벤처생태계의 자정노력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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