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100억 아파트, 딸은 시골 땅"…'치매 아빠' 간병한 딸 분통

"아들은 100억 아파트, 딸은 시골 땅"…'치매 아빠' 간병한 딸 분통

류원혜 기자
2026.03.17 09:41
아들과 딸을 차별하던 아버지가 치매 투병 중에 '대부분 재산을 두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효력이 있을까./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아들과 딸을 차별하던 아버지가 치매 투병 중에 '대부분 재산을 두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효력이 있을까./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아들과 딸을 차별하던 아버지가 치매 투병 중에 '대부분 재산을 두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효력이 있을까.

1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삼 남매 중 막내딸 A씨 고민이 소개됐다.

A씨 아버지는 평소 "딸은 키워봤자 남의 집 식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아들과 딸을 노골적으로 차별했다. A씨는 서운한 마음이 컸지만 아버지가 병상에 있을 때 곁에서 정성껏 간호했다.

어느 날 A씨는 아버지에게 "지금도 딸은 남의 집 식구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당시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던 아버지는 엉뚱한 대답만 반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던 중 '비밀증서유언'이라고 적힌 봉투를 발견했다. 겉면에는 낯선 도장이 여러 개 찍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시세 1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반포구 아파트를 장남에게, 나머지 현금은 모두 차남에게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반면 A씨 몫은 경북 상주시에 있는 도로 부지뿐이었다. 이 땅은 20년 전 약 2억원 수준이던 시세에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더 큰 의문은 유언장 작성 시점이었다. 아버지는 5년 전부터 치매 약을 복용했는데, 유언장 작성일이 바로 그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빠들은 "아버지 뜻대로 재산을 나누자"며 유언 내용에 따라 상속을 정리하자고 했다.

A씨는 "봉투를 열어 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버지 곁에서 가장 지극정성으로 돌본 사람은 바로 저였다"며 "유언장 작성된 시기는 아버지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사람과 날짜를 헷갈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던 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유언장을 쓰신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아버지의 마지막 뜻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법적으로 유언 효력을 따져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정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비밀증서유언은 유언 내용을 비밀로 한 채 봉인해 일정한 절차로 인증받아야 한다. 작성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 자필 유언보다 더 복잡한 방식"이라며 "봉투에 도장 찍고 증인 2명 앞에서 제출한 뒤 5일 이내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효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언이 형식을 위반했거나 작성 당시 유언자에게 의사 능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려면 '유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입증 책임은 유언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유언장 작성 당시 아버지 진료 기록과 의사 소견서, 주변인 진술, 영상 자료 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아버지 인지 능력이 저하돼 유언 내용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치매 진단만으로 유언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대법원은 치매 환자라도 유언장 작성 당시 유언 내용과 법률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 능력이 있었다면 유효하다고 본다"며 "유언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포 아파트를 받는 사람은 다른 상속인에게 현금 정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상속세만 30억~40억원으로 예상돼 이러한 협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을 다 팔고 현금 정산하는 방식 등 협의를 시도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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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안녕하세요. 디지털뉴스부 류원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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