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공직사회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단(고공단) 내 일부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의 '고강도 압박'이 이번 사의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李 대통령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서 부동산 과다보유자 배제"
23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국토부 1급 A실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이 올 초부터 다주택자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잇달아 쏟아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날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며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다주택자와 강남 아파트 등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등을 주택·부동산 정책 라인에서 걸러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전 부처를 통틀어 고공단 사의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정권 교체 직후 국토부 1급 공직자 4명이 줄사표를 낸 적이 있지만 이번 A실장 사례와는 배경이 상이하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주 국토부 등 중앙부처에 부동산 보유 내역 조사를 지시했다. 이는 통상적인 재산신고 차원을 넘어 주택공급 정책 결재라인에 있는 이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런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입안자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정책 자체가 좌초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이 사전 내부 정보를 이용해 경기 광명, 시흥 등 3기 신도시 부지를 사전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부동산 정책을 향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무너져내린 바 있다.
'부동산감독원'도 총리실로 뺏긴 국토부…정책 동력 상실 우려도
국토부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정책 공백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온다. 이미 실국장급 공석이 상당한 상황에서 A실장의 사의 표명까지 더해지면서 빈 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부동산감독원도 총리실 산하로 넘어간 만큼 계속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가는 주무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정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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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공직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부동산 조사에 착수한 만큼 국토부를 넘어 다른 부처 역시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곳은 청와대 정책실 산하 경제성장수석실과 국토교통비서관실, 재정경제부 세제실과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차관보실 일부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직사회에 비상이 걸렸다"며 "확실히 과거와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에 일단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