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도 수의도 직접 골랐다...진통제 거부, 끝까지 '배우'였던 김영애[뉴스속오늘]

영정사진도 수의도 직접 골랐다...진통제 거부, 끝까지 '배우'였던 김영애[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6.04.09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7년 4월9일 아침 10시58분. 배우 김영애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17년 4월9일 아침 10시58분. 배우 김영애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답게 마지막까지 연기를 하다가 무대에서 쓰러지고 싶다."

2017년 4월9일 아침 10시58분. 배우 김영애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고인의 사인은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이다. 고인은 2012년 황달로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9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다행히 건강이 호전됐다. 완치는 아니었지만, 그는 수술과 치료를 병행하며 드라마 '닥터스', '킬미 힐미', 영화 '변호인', '카트' 등에 출연했다. 2014년 '변호인'으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도 받았다.

2016년 8월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시작한 고인은 두 달 만에 암 재발 진단을 받았다. 김영애는 제작사와 작가의 만류에도 "드라마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출연을 강행했다. 연말부터는 아예 입원한 상태에서 외출증을 끊어가며 촬영장을 오갔다.

김영애는 2017년 초까지 50회분 촬영을 마쳤다. 촬영일에는 진통제조차 맞지 않았다. 정신이 맑지 않아 정확한 연기를 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직접 영정사진과 수의로 입을 한복을 고르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드라마 50회 완주를 앞둔 무렵 지인들한테 작별 인사를 담은 문자메시지도 남겼다. "연기를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덕분에 좋은 연기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작품만 200편…47년 연기 인생

배우 故 김영애 발인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배우 故 김영애 발인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인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0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출연작은 200여편에 달한다.

김영애는 드라마 '당신의 초상' '엄마의 방' '아버지' '형제의 강' '파도' '장희빈' '달려라 울엄마' '황진이' '로열패밀리'로 얼굴을 알렸다.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영화 '비녀(1975년)', '설국(1977년)', '절정(1978년)', '로맨스 그레이(1979년)', '겨울로 가는 마차(1981년)' 등에 출연했으며,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대종상 여우조연상,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코리아드라마어워즈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배우 최불암은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호흡을 맞춘 김영애를 두고 "천생 배우의 모습을 우리에게 심어 주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황토팩 중금속' 검출, 진실은
/사진=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사진=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고인은 사업가로도 승승장구했다. 2001년 설립한 화장품업체 참토원이 누적 매출 1500억원을 돌파했다. 사업이 번창하자 그는 2004년 배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애는 2007년 참토원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한 방송사 보도로 위기를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를 통해 참토원 제품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김영애는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김영애는 이 사건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으며, 남편과 결혼 6년 만인 2008년 파경을 맞았다. 참토원 역시 같은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직원 100여명을 일시에 해고하는 등 사실상 폐업했다.

당시 방송을 진행한 이영돈 PD는 김영애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만인 2019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영애에게 사과했다. 그는 "2007년 황토팩 관련 방송을 내보낸 후 5년간 소송이 진행되며 김영애라는 크고 위대한 배우가 받았을 고통에 대해 늦었지만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나 역시 김영애 씨가 받았을 고통을 느끼며 괴로웠지만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오랫동안 탐사보도를 해오며, 하나의 문제를 지적하면 동종 업계 식당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반화의 오류' 때문에 괴로웠다"며 "다시 태어난다면 타인의 잘잘못을 따지고 지적하며 고발하는 탐사 프로그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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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전형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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