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적 분노'...2차 협상 앞두고 이란 석유 막고 코인 동결

미국의 '경제적 분노'...2차 협상 앞두고 이란 석유 막고 코인 동결

정혜인 기자
2026.04.25 12:40

(종합) 재무부, 이란 연계 5000억 규모 가상자산 동결…
이란산 원유 수입 中 정유업체·해운사·유조선 제재…
"이란, 수십 년 간 제재 적응…중국 등 제3국 겨냥해야'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원유 수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제재 부과로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해 미국과의 종전협상을 거부하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핵 포기 등이 담긴 종전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 재무부는 24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출과 연관된 중국 정유기업과 해운사, 유조선에 제재를 부과하고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을 동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SNS(소셜미디어) X에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란과 연계된 '여러 가상자산 지갑'에 제재를 부과해 3억4400만달러(약 5082억6000만원)규모의 가상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작전에 따라 재무부는 이란이 자금을 창출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하고 이란 정권과 연결된 모든 금융 생명줄을 타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분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압박 정책의 일환으로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를 뜻한다.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 USDT 발행 기업인 테더와 연관됐다. CNN에 따르면 테더는 전날 "미국 당국으로부터 불법 행위와 연계된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은 뒤 2개의 주소(가상자산 지갑)에 보관된 3억44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동결하도록 미 정부를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분석 전문가들과 협력한 결과, 이란 거래소와의 확정된 거래 내역과 이란 중앙은행 관련 지갑과 상호작용을 하는 중간 주소들을 거친 거래 등 이란 정권과의 실질적인 연결 고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한 남성이 오토바이 전면 유리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그의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부착한 채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한 남성이 오토바이 전면 유리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그의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부착한 채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

이란은 러시아, 북한 등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국가들처럼 규제가 약한 가상자산을 수익 창출과 제재 회피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스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란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78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이란 경제의 실권을 쥔 혁명수비대(IRGC)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보유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제재가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의 저항 행보를 꺾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다니엘 타네바움 선임 연구원은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에도 일부 국가와 여전히 거래하며 수십 년간 제재에 적응해 왔다"며 "현시점에서 이란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려면 이란을 돕는 중국 등 제3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국 등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며 이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재무부는 이날 이란산 원유 구입 관련 '헝리(Hengli) 석유화학 정유 유한공사'(이하 헝리) 등 중국 정유업체와 이란의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는 40개의 해운사 및 유조선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OFAC는 "이른바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중국 정유업체들은 이란의 석유 경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 내 2위 민간 정유업체인 헝리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란산 석유를 구매해 온 이란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중국 랴오닝성 항구도시 다롄에 있는 헝리의 석유화학 시설은 하루 약 40만배럴의 원유 처리가 가능하다. OFAC는 형리가 최소 2023년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수많은 '그림자 선단 선박'으로부터 이란산 석유를 구매했다며 "그림자 함대 선박 3척이 중국에 이란산 원유 500만배럴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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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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