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주독 미군 감축

이달 초 미국이 유럽 최대 미군기지인 주독 미군 감축을 공식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균열, 독일 재무장 가속화를 통한 유럽 내부 분열 심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주독 미군 감축을 추진하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짚어보고 향후 나토 동맹과 유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봤다.
지난 1일 미 전쟁부는 "독일에서 약 5000명의 병력을 철수하도록 명령했다"며 "이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철군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직후 이뤄지면서 독일을 겨냥한 미국의 보복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이 전략도 없이 이란 전쟁을 시작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메르츠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실제 메르츠 총리는 이러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또 별도로 게시한 글에서 "독일 내 미군 감축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주독 미군 감축 결정이 단순한 정치적 갈등보다는 대서양 동맹에 누적돼 온 구조적 균열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나토의 안보 무임승차와 유럽 국가들의 대미 안보 의존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또 집권 2기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서도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부족과 미국의 전략적 부담에 대한 불만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과의 갈등, 중동 분쟁 과정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의 군사 지원 거부 등도 미국과 나토 관계가 재조정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5000여 명이라는 감축 규모는 현실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재 독일에는 일본(약 5만 4000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약 3만 6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주독 미군에는 유럽사령부(EUROCOM)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위치해 있으며, 유럽 전역으로 병력과 장비 이동을 위한 물류 중심이자 지휘·지원 체계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 미군을 재배치하더라도 독일의 역할과 중요성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이유로 주독 미군 1만 2000명 감축 계획을 추진했지만, 미 국방부와 의회의 반대 속에 지연되다 결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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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으로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7만 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유지하는 것이 금지된 것도 감축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외교협회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 배치된 미군은 약 8만 4000명 규모(상주 병력 6만 8000명, 나머지는 순환 배치 병력)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주독 미군 감축은 1차적으로는 유럽의 대이란 군사 작전 지원 부족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유럽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른 재배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뮌스터=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독일 뮌스터의 독일연방군 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의 외교·안보 방향은 강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 동맹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에 계속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2026.05.01.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0715105024151_2.jpg)
주독 미군 감축에 대해 독일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유럽 내부 균열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은 1·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군사력 확대가 주변국의 경계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미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최대 국방비 지출국으로 부상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의 2025년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140억 달러로, 유럽의 29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아울러 독일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도 현재 약 2.3% 수준에서 2030년 3.7%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지난 4월 '폴리트바로메터(Politbarometer)'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6%를 기록하며 집권 중도보수연합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포린 어페어스(3~4월호, vol.105)는 "AfD가 연립정부를 통해 집권할 경우 유럽과의 안보 협력을 약화시키며 독일이 민족주의적 패권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응해 프랑스·폴란드·영국 등이 독일 견제를 위한 새로운 안보 연합체를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은 "독일은 재무장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군수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적 이익도 추구하고 있다"면서 "독일은 미군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과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결국 주독 미군 철수가 독일의 재무장을 가속화하는 좋은 기회와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