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패권전쟁]1-⑥

"대당 가격은 38만위안(약 8000만원)입니다",
"소프트웨어 수정과 비전 시스템 추가 등 2차 개발비도 포함인가요?",
"상황마다 다 다르죠",
"보행 기능을 빼고 하반신을 작업현장에 고정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지난 3일 상하이 푸둥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열린 '제24회 상하이 국제 스마트팩토리 전시회' 현장. 휴머노이드(인간형) 기업 '러쥐로봇' 부스 앞에선 바이어들과 회사 관계자들의 구매 상담이 한창이었다.
1992년생 하얼빈 공대 출신 렁샤오쿤이 2016년 창업한 러쥐로봇은 선전에 본사를 두고 베이징 구현지능 센터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며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한다. 이번 전시회에선 상하이권에 포진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전시회의 주제는 완벽한 자동화를 향한 '스마트 팩토리'였지만 로봇 기업들의 부스가 전시장 중심부에 자리 잡고 행사 분위기를 주도했다. 로봇이 '제조 강국' 중국의 생산현장 주인공으로 부상한 증거다. 특히 로봇 기술의 '끝'인 휴머노이드의 현장 투입과 관련한 구매상담이 활발했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기업 애지봇이 출자한 '크리에이티비티 로봇 창저우법인(이하 크리에이티비티)'은 애지봇의 휴머노이드 실물을 전시하고 바이어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휴머노이드 산업화 솔루션 기업인 크리에이티비티는 작업 현장별로 특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공장과 전자공장, 물류창고의 작업 환경은 모두 다르다"며 "고객별로 비전 카메라와 센서, 작업 프로그램을 맞춤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티비티 부스 뒷편 '유니트리'의 이벤트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킥복싱 경기가 한창이었다. 지난 2월 16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춘제(음력 설) 특집 갈라쇼를 통해 방송된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무술 쇼에서 선보인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 그대로였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실물과 휴머노이드의 공장 투입을 위한 활발한 구매 상담까지, '차이나로보틱스(중국 휴머노이드 산업)'는 중앙 정부가 제시한 '올해 말 까지 대규모 상용화 기반 확보'란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휴머노이드 개발·생산·솔루션 기업들의 부스 주변은 로봇 손과 관절, 모터, 케이블 등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 기업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모두 중국 토종 기업들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손 전문 개발 기업인 '링커봇' 관계자는 "초기에는 연구기관과 대학 납품 위주였지만 현재는 산업 현장 대량 적용이 시작되고 있다"며 "나사와 전자 칩 등 5mm 이하 초소형 부품 처리를 위해 손가락 끝 센서 정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관절 모듈 기업 '나스전구' 관계자는 "회사 제품은 드라이버와 모터, 콘트롤러 조합으로 구성되며 브러시리스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라며 "외부 배선과의 간섭을 최소화해 휴머노이드 현장 투입을 위해 가장 중요한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용 특수 케이블 제조사 저장삼과선람의 왕신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케이블은 휴머노이드의 혈관과 신경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5000만 회에 근접한 반복 굴곡 테스트를 통해 내구성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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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를 양산하는 공장 자체를 설계하고 짓는 중국 토종 기업들도 이번 전시의 한 축이었다.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라인과 총조립 생산라인 구축 회사인 중커모퉁의 옌자샹 스마트제조연구원 집행원장은 "전동기와 볼 스크류, 관절 모듈 전 영역에서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이들 부품, 공장 설계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산업이 각광을 받자 우후죽순처럼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옌 집행원장은 "중커모퉁은 2014년 중국과학원 인큐베이팅 기업으로 설립됐고 전기차 모터와 전장 생산라인을 구축하던 회사였다"며 "2020년부터 구현지능 장비 산업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왕 CTO는 "저장삼과선람은 원래 산업용 특수 케이블과 전기차 고전압 케이블, 충전 케이블을 만들던 회사였다"고 했다. 나스전구 역시 공작기계와 배터리 설비용 서보드라이버(모터 전자 제어장치)가 주력 사업이었다. 이들은 중국이 국가 핵심 먹거리로 키워둔 전기차, 배터리, 전자 산업 토대 위에서 휴머노이드 생태계의 뼈대로 서서히 진화했다.

산업 현장이 휴머노이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점도 중국 휴머노이드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은 29만5045대로 전 세계 설치량의 54%를 차지했다. 전시회장엔 휴머노이드 외에 산업용 협동 로봇 기업들도 상당수 참가해 있었다. 산업용 협동로봇 응용 솔루션 기업인 쿤로봇의 천홍 영업본부장은 "휴머노이드도 결국 6축 협동로봇 관절의 확장"이라며 "본질적으론 협동로봇 기술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선 이 같은 중국 로봇 생태계의 진화 양상을 점검하기 위해 온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전장 부품사 관계자는 "중국 업계의 기술을 확인하고 발굴하기 위해 올해 처음 이 전시회를 찾았다"며 "조립 물류라인에 관련 기술을 적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 특수강선 제조업체 관계자는 "특수강선 핸들링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관련 장비를 보러 왔다"며 "이제 중국의 로봇 기술이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이란 건 기정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