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 넘어 길거리까지 병동으로…베네수 강진 사망 최소 235명

병원 복도 넘어 길거리까지 병동으로…베네수 강진 사망 최소 235명

정혜인 기자
2026.06.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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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부족 등 구조 작업 난항, 사상자 더 늘어날 듯…
로드리게스 대통령, '최대 피해' 라과이라 방문…
美 1.5억달러·레오 14세 교황 10만유로 지원,
IMF·WB 등 국제금융기관도 지원 방안 검토

[라과이라=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주 라과이라에서 주민들이 전날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6.06.26. /사진=민경찬
[라과이라=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주 라과이라에서 주민들이 전날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6.06.26. /사진=민경찬

베네수엘라 강진 사상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베네수엘라 경제 혼란이 구조 작업 난항으로 이어져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국가와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는 앞다퉈 구조·구호 물품 제공 및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보건부는 전날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23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알라바도 보건장관은 국영 TV를 통해 "지진 발생 이틀째인 이날도 강력한 여진이 계속 느껴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진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각각 최소 188명, 1520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로드리게스 의장은 "현재 200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고, 157명이 실종된 상태"며 "최소 250채 건물이 파손돼 약 3000가구가 집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병원(8곳), 쇼핑센터(20곳), 공공 기반 시설물(46곳) 등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적십자사 본부, 프랑스 대사관 등도 심하게 손상됐다. 스페인 외교부는 이번 지진으로 자국민 최소 80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베네수엘라에서 규모 7.2와 규모 7.5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런 강진이 발생한 것은 1900년 10월29일 규모 7.7 지진 이후 126년 만이다. 당시 기록된 사망자는 21명이었다.

라과이라 지역, '전력·의료시설 부족' 심각…"정부 믿어달라"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강진 발생 이후 위성사진 전문업체 반토르가 공개한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위성사진/사진=반토르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강진 발생 이후 위성사진 전문업체 반토르가 공개한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위성사진/사진=반토르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카라카스 인근 항구도시 라과이라가 있는 라과이라주다. 라과이라주에 있는 카라카스 공항은 지진으로 인한 건물 피해와 전력 공급 부족 사태로 이날 폐쇄됐다. SNS(소셜미디어)에는 지진 발생 당시 공항 내부 천장 붕괴 등으로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위성사진 전문업체 반토르가 공개한 라과이라 위성사진에는 호텔, 대형 창고를 비롯해 주택 수십 채가 무너진 모습이 담겼다. 일부 사진에는 화재 피해의 흔적도 포착됐다.

CNN은 "반토르의 다른 사진에는 부상자가 너무 많아 병원이 포화 상태에 달해 (병원) 복도 심지어 길거리까지 임시 병동이 설치된 모습도 있었다"며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구조대원과 시민들은 별다른 장비 없이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올라가 생존자 수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라과이라주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둘러본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곳은 재난 지역"이라며 "정부가 민간 기업과 협력해 중장비를 투입하고, 구조 작전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국영 방송 VTV를 통한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라과이라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여왔다. 이는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당부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구조대원은 AFP통신에 "훈련된 (구조)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적 제약으로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AFP는 라과이라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주민들이 약탈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사회적 혼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상황 /영상=X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상황 /영상=X
美, 2321억 재정 지원…레오 14세도 1.7억 전달

지진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제사회는 앞다퉈 구호 지원에 나섰다. 앞서 구조팀 파견과 베네수엘라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미국은 국무부를 통해 1억5000만달러(약 2321억2500만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발표했다. 미국의 지원금은 월드비전, 세계식량계획(WFP) 등 구호단체(5000만달러)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베네수엘라 공동기금(1억달러)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 만찬 행사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 만찬 행사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미 전쟁부(국방부)는 지진 피해 상황 파악과 사상자 및 생존자 수색을 위한 항공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농민과의 만찬 행사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잘 지내고 있다"며 "그들이 겪고 있는 큰 피해를 도울 것이고, 이미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중국, 유럽, 중남미 등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엔은 베네수엘라 국민 지원을 위한 모든 자원을 가동 중이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도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은 250만달러를 피해 복구 지원에 투입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지원금 10만유로(약 1억7602만원)를 교황 자선소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전달했다.

[클로텐=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스위스 클로텐의 취리히 공항에서 스위스 구조대원들이 전날 지진이 발생한 베네수엘라의 재해 현장 지원을 위해 짐을 꾸리고 있다. 2026.06.26. /사진=민경찬
[클로텐=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스위스 클로텐의 취리히 공항에서 스위스 구조대원들이 전날 지진이 발생한 베네수엘라의 재해 현장 지원을 위해 짐을 꾸리고 있다. 2026.06.26.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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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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