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가의 귀금속 등을 선물받고 각종 공직자 인사와 정당 공천 등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여사를 겨냥해 "영부인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26일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었다.
이와 별개로 재판부는 김 여사가 청탁의 대가로 받았던 금품인 이우환 작가의 그림,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빈 박스 1개, 금거북이 보관함 1개, 다이아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1개, 브로치 티파니 1개, 디올 파우치 1개 등을 몰수할 것과 6480만원 상당의 추징금을 낼 것을 명령했다.
먼저 재판부는 "금품을 건넨 사람들은 중견회사 건설 회장, 현직 검사, 대학교 총장까지 배경과 직업이 다양했다"며 "기업 현안부터 공직자 인사, 국회 공천 등 청탁의 내용도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공정성·국민 신뢰가 훼손되고 사회적 혼란이 장기간 지속됐다"며 "김 여사는 영부인 책무를 저버리고 지위를 사적이익 추구 수단으로 활용해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는 각종 청탁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은폐했다"며 "반성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여사는 이날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징역 7년형이 선고될 땐 일어섰지만 고개는 계속 숙인 채였다.

재판부는 이날 김 여사가 공직자 인사·사업상 도움 등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알선수재 혐의를 빠짐없이 유죄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받는 5개 혐의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사업상 도움과 맏사위 인사 청탁 대가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귀걸이 등 총 1억38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65만원 상당의 금거북이와 세한도를 받았다는 혐의 △로봇개 사업 도움 대가로 사업가 서성빈씨로부터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 △최재영 목사로부터 민간 외교 사절단 및 특강 초정 청탁 대가로 샤넬 향수·화장품, 술 및 디올 가방을 받은 혐의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공천 대가로 수수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서희건설 회장 관련 혐의에 대해 "김 여사는 이 회장이 제공한 일련의 금품이 단순 사교·의례 범위 벗어나 대가관계 전제로 함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최종 임명과정을 보면 단순 이 회장의 청탁을 전달하거나 청탁임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사 실현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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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가교육위원장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위원장이 김 여사와 친분 있었다는 사실로 청탁·대가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위원장 임명에 관한 의사가 구체적으로 표명된 자리에서 금거북이가 교부됐고 세한도 복제품 역시 선행 청탁을 계속하고 김 여사의 영향력을 계속 확보하려는 연속된 시도로 봄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로봇개 혐의와 관련, 재판부는 "김 여사가 서씨를 시계 구매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정황과 증거 등을 종합할때 통상적인 구매대행이 하는 행동들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경호처의 로봇개 사업 계약에는 서씨의 '김 여사 인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여사 역시 해당 시계가 단순 사교 선물이 아니라 로봇개 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서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목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김 여사와 최 목사 사이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고가물품이 일방적으로 교부됐고, 최 목사가 부탁한 사안들을 보면 모두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범위에 포섭된다"고 했다. 최 목사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 공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단순 친교 관계를 넘어 장래 정치적 지원 영향력을 기대하고 준 것"이라며 "김 전 검사가 대검찰청 징계처분을 감수하면서 국회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 여사·대통령 측 적극적 지원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여사는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금품수수 청탁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통일교와 공모해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가입시켰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