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vs 아르헨 결승전은 '라마시아 더비'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스페인 vs 아르헨 결승전은 '라마시아 더비'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2026.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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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으며 FC 바르셀로나의 유스 아카데미인 라마시아 출신들이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은 라마시아의 패싱 게임을 핵심으로 높은 볼 점유율과 탈압박 능력을 선보이며 결승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는 라마시아 최고의 스타인 리오넬 메시와 베이비 풋볼 시스템으로 성장한 선수들을 앞세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스페인의 라민 야말(오른쪽)과 페드로 포로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기뻐하고 있다. 야말은 선제골로 연결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포로는 2-0 승리를 확인하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AFPBBNews=뉴스1
스페인의 라민 야말(오른쪽)과 페드로 포로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기뻐하고 있다. 야말은 선제골로 연결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포로는 2-0 승리를 확인하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AFPBBNews=뉴스1

오는 20일(한국시간) 펼쳐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맞붙는다. 두 팀 간의 대결은 '라마시아 더비'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FC 바르셀로나의 유스 아카데미인 라마시아는 스페인 대표팀의 축구 철학이 만들어진 곳이며, 아르헨티나는 라마시아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리오넬 메시(39·인터 마이애미)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페인 대표팀 선수 가운데 라마시아 출신 선수는 8명이다. 축구 신성 라민 야말(19·FC 바르셀로나)과 스페인 질식 수비를 이끄는 파우 쿠바르시(19·FC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북중미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왼쪽 윙백 마르크 쿠쿠레야(28·레알 마드리드)가 대표적인 라마시아 졸업생이다.

라마시아 축구 훈련의 핵심은 '론도'다. 론도는 동그란 원 안에 몇 명의 선수가 펼치는 공놀이다. 4~5명의 선수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공을 돌리고 2명은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드는 훈련법이다. 라마시아는 이를 통해 선수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주변의 동료를 활용해 패스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한때 다른 스페인 클럽은 "라마시아는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공놀이를 하는 곳"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론도에서 출발한 라마시아의 패싱 게임은 2010년 스페인이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하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라마시아에서 시작된 패싱 게임은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여전히 스페인 축구의 핵심이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7경기를 펼치는 동안 1점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스페인의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나온 기록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기를 자세히 보면 이 기록의 원천은 스페인 선수들의 정교한 패스 능력 덕분이다. 스페인 선수들은 패스로 위험지역에서 상대의 강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탈압박 능력이 가장 뛰어난 팀이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스페인 선수들은 패스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패스 장인들이 즐비한 스페인 축구는 볼 점유율이 높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을 제외한 이번 월드컵 6경기에서 스페인의 평균 볼 점유율은 65%를 상회했다. 스페인의 볼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패스 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페인은 상대에게 볼을 내준 뒤 이를 되찾아 오는 시간이 11.7초로 월드컵 4강 진출팀 가운데 가장 짧았다. 결국 스페인의 높은 볼 점유율은 수비를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실점 확률도 낮은 셈이었다.

기뻐하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기뻐하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엔조 페르난데스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엔조 페르난데스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스페인과 맞붙는 아르헨티나는 누가 뭐래도 메시의 팀이다. 지금까지 메시는 북중미 월드컵 7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16일 펼쳐진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 결정적인 도움 2개를 기록해 아르헨티나의 2대1 역전승을 견인했다.

메시는 라마시아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스타다. 그는 13세 때 라마시아에 들어와 독보적인 기술을 연마할 수 있었다. 작은 키와 체격 등 그의 단점은 기술 중심의 라마시아에서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는 헤라르드 피케(39)와 세스크 파브레가스(39) 등과 함께 FC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강의 유스 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성인 무대에서도 그는 더욱 빛났다. FC 바르셀로나를 4번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 놓았다. '티키타카'라는 별칭이 붙은 FC 바르셀로나의 축구 스타일의 주인공은 메시였던 셈이다. 그래서 메시의 조국은 아르헨티나지만 축구 국적은 스페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메시를 신처럼 받드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대부분 아르헨티나의 실내 유소년 축구 문화인 베이비 풋볼을 통해 성장했다. 5인제 또는 7인제로 실내에서 펼쳐지는 베이비 풋볼은 좁은 공간에서 어린 선수들이 축구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프로그램이다.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아르헨티나의 수많은 어린이들은 베이비 풋볼을 통해 축구 선수로의 꿈을 키운다.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엔조 페르난데스(25·첼시)도 베이비 풋볼 시스템이 만든 스타다.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 특유의 촘촘한 축구 인재 발굴 시스템의 혜택을 본 선수다. 보통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들은 전국 각지의 스카우트를 통해 7세 정도의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한다. 페르난데스가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 리버플레이트 유스 아카데미에 입문한 시기도 그가 7살 때였다.

페르난데스가 축구를 본격적으로 배운 리버플레이트 유스 아카데미의 철학이 패스 기반의 축구라는 점에서 라마시아와 유사점이 많다. 특히 리버플레이트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대승을 할 수 있는 공격 축구를 선수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팬들은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아름다운 패싱 게임과 메시의 신출귀몰한 활약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축구를 하기 위해 이들이 거쳐 온 과정을 한 번쯤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축구가 다시 멋진 골을 넣기 위해서는 선수 육성을 통한 빌드업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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