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전기 '제로'…ESS가 만든 태양광 해법[르포]

버리는 전기 '제로'…ESS가 만든 태양광 해법[르포]

해남(전남광주)=권다희 기자
2026.07.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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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너지리포트]왜 호남인가: 지산지소의 경제학
④태양광 효율 높이는 ESS

[편집자주] 기후변화 대응를 비롯해 에너지안보와 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이같은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제시해본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일부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일부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산이면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발전소 한가운데 위치한 전망대에 오르자 25만 장의 태양광 패널이 넓은 땅을 가득 메운 모습이 펼쳐진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을 웃도는 1.6㎢ 부지에 자리한 이 태양광발전소 한쪽에는 직사각형 건물 20개 동이 두 줄로 늘어서 있다. 306메가와트시(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자리 잡은 건물이다. 상업운전 7년째에 접어든 이 발전소가 출력제어 없이 가동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전경/사진제공=솔라시도태양광발전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전경/사진제공=솔라시도태양광발전

낮에 남는 전기, 저장 후 전력망으로

솔라시도 발전소는 98MW 태양광 설비에 306MWh 규모의 계통연계형 ESS를 결합했다. 태양광 패널이 낮에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한 뒤 전력변환장치(PCS)와 변압기를 거쳐 154킬로볼트(kV)로 승압해 한국전력(34,050원 ▲150 +0.44%)이 운영하는 전력망으로 보내는 구조다. 태양광 설비와 연계된 ESS로는 국내 최대급 규모다.

태양광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 수요가 적거나 송전망에 여유가 없을 때 전기가 한꺼번에 많이 생산되면, 발전소가 만드는 전기의 양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이뤄진다. 만들 수 있는 전기를 버리는 셈이다. 그러나 솔라시도는 생산한 전력 가운데 상당 부분을 낮에 ESS에 저장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전력망으로 보낼 수 있다.

발전소 운영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송전량 가운데 ESS를 거쳐 나간 전력의 평균 비중은 55%, 태양광 설비에서 직접 전력망으로 나간 비중은 45%다. 전기를 생산하는 시간과 전력망으로 보내는 시간을 분산해 한낮의 계통 부담을 낮춘다. 이 덕분에 이 태양광발전소는 상업운전을 시작한 2019년 12월(ESS는 이듬해 2월 가동 시작) 이후 단 한 번의 출력제어도 겪지 않았다.

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기자

통념과 다르게 태양광 패널은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온 날에도 전기를 만든다. 전력망 포화 문제가 없다면 태양광 전력 생산량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들어온다.

실제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의 전력생산량은 2023년 127.1기가와트시(GWh), 2024년 126.0GWh, 지난해 132.5GWh 등 당초의 연간 예상 발전량(129GWh)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월 400킬로와트시(kWh)를 사용하는 약 2만68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꾸준히 만들어진 것이다.

문옥식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대표는 "전남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지만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계통 용량이 부족해 출력제어가 발생한다"며 "전기를 저장해 발전하지 않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어야 태양광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기자

배터리 화재 막는 '겹겹의 방어막'

ESS의 장점만큼 운영 과정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화재 예방이다. ESS가 놓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후텁지근한 공기와 달리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배터리 성능 저하와 이상 발열을 막기 위해 실내 온도를 20℃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솔라시도 ESS에는 삼성SDI(434,500원 ▼19,500 -4.3%)의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리튬이온배터리가 여러 개의 배터리 모듈을 층층이 쌓은 장치인 '랙'에 나뉘어 설치돼 있다.

배터리가 랙에 나뉘어 설치돼 있는 ESS동 내부의 모습. 양쪽 벽면을 따라 은색 배터리 모듈이 수십 단씩 쌓여 있고, 배터리 사이를 연결한 굵은 전선과 버스바(여러 배터리 모듈의 전류를 모아 전달하는 금속 도체)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배터리가 랙에 나뉘어 설치돼 있는 ESS동 내부의 모습. 양쪽 벽면을 따라 은색 배터리 모듈이 수십 단씩 쌓여 있고, 배터리 사이를 연결한 굵은 전선과 버스바(여러 배터리 모듈의 전류를 모아 전달하는 금속 도체)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한 공간에 배터리를 집중하지 않고 20개 건물로 분산한 것 역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다른 시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약 3m 떨어져 있고, 사이마다 높이 4m의 방화벽 18개가 설치됐다. 배터리 모듈 내부에는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산소를 차단하는 소화시트가 들어 있다. 각 건물에는 질식소화시스템도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배터리 모듈에서 이상 열이나 화염이 감지되면 해당 모듈에 소화약제를 직접 뿌리는 설비도 추가했다. 건물 전체에 약제를 분사하는 기존 설비보다 화재가 시작된 지점을 빠르게 진압하기 위한 장치다.

운영 인력들은 상황실 화면을 통해 20개 건물의 충전율과 전압, 온도, 이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문 대표는 "배터리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인접 설비로 확산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여러 겹으로 보강했다"며 "ESS 운영에서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내부/사진=권다희 기자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내부/사진=권다희 기자

ESS가 계통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비용은 확산의 장벽이다. 배터리 가격에 더해 전력변환장치, 냉방설비, 소화설비 등의 구축에 쓰이는 비용을 고려하면 민간 사업자가 수익성만 보고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련 사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 대표는 "태양광 설비가 늘어날 때 ESS가 함께 구축돼야 에너지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ESS 투자비가 큰 만큼 정부가 계통안정화 보상 등으로 시장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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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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