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토큰, 자본시장의 새로운 발견[MT시평/정구태]

주식토큰, 자본시장의 새로운 발견[MT시평/정구태]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2026.07.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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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국내 대기업의 미국 진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지만 주식 유통은 오랫동안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해외 투자자는 국내 계좌 개설과 원화 환전, 제한된 거래시간과 결제 절차를 감수해야 했다. 기업은 세계화됐지만 주식의 유통망은 여전히 국경 안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이번 미국 상장은 한국에서 거래되는 보통주를 직접 상장한 것이 아니라 미국주식예탁증서인 ADR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국 투자자가 실제 거래하는 ADS 1개는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액면분할은 아니지만 투자 단위를 낮춰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공모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첫 거래일 강세를 보인 것은 SK하이닉스의 기술력뿐 아니라 그동안 충분히 충족되지 못했던 미국 투자 수요를 보여준다.

더 주목할 점은 미국 상장 개시와 동시에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 ADR과 연계된 주식토큰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주식토큰은 기존 주식이나 ADR의 가격과 배당 등 경제적 성과를 따라가도록 만든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이다. 상품 구조와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소수점 단위로 투자하고 24시간 거래할 수 있으며, 거래와 결제도 거의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배당과 상환, 이전 제한, 투자자 확인 절차도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주식이 나스닥을 넘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미국 상장을 거쳐야만 한국 주식을 기초로 한 주식토큰을 발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구조가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등장한 것은 국가별 제도와 규제의 허용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정한 규제 아래 주식토큰 발행이 가능해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한국 보통주를 직접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면 한국 보통주에서 미국 예탁은행과 ADR을 거쳐 토큰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단계를 줄여 예탁과 환전, 배당 처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보통주와 토큰 사이의 가격 괴리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ADR이 없는 대부분의 주식까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온체인 시장과 연결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금융업과 핀테크산업에도 큰 기회다. 미국 금융기관과 해외 브로커가 맡아온 수탁과 유통 기능을 국내 금융기관과 가상자산사업자가 담당할 수 있다. 주식 보관과 환전, 배당 지급, 토큰 발행과 상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부가가치도 고스란히 축적된다. 나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하면 한국 주식과 원화를 함께 세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국내 우량주의 미국 진출은 단순히 한국 기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 자본의 이동 경로와 투자자의 접근성을 넓혀서 새로운 기업가치가 발견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해외 사업자가 한국 주식과 연계된 토큰화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한국도 우량주와 원화, 국내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새로운 자본시장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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