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드림', '사이다 시대'에도 먹히는 이혜리-황인엽 첫사랑의 힘 [드라마 쪼개보기]

'그대에게 드림', '사이다 시대'에도 먹히는 이혜리-황인엽 첫사랑의 힘 [드라마 쪼개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7.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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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황인엽의 러브스토리면서도 꿈을 쫓아가는 이야기
'응답하라 1988' 이후 넓어진 연기스펙트럼 과시하는 이혜리
글로벌스타 황인엽에게는 첫 인생작이 될 만한 수작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꿈을 키웠던 두 남녀가 15년 만에 재회하며 사랑과 꿈을 마주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최근 안방극장은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사이다' 드라마가 강세지만, 이 작품은 시간의 축적을 통한 감정의 밀도와 서사를 세밀하게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배우 이혜리와 황인엽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감정의 레이어를 품은 연기를 선보이며 각자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대표작을 만들 기회를 맞이했다.
사진제공=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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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청정 로맨스가 막을 내린 자리, 이번에는 15년을 품고 있던 첫사랑이 다시 만났다.

지난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극본 정은비, 연출 유선동)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꿈을 키웠던 우수빈과 주이재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랑과 꿈을 다시 마주하는 오리지널 로맨틱 코미디다. 아버지에게 떠밀려 미국으로 향했던 소년(황인엽)은 천재 영화감독이 돼 돌아왔고, 꿈을 현실에 묻어둔 소녀(이혜리)는 생계형 리포터가 됐다.

무엇보다 ‘그대에게 드림’은 요즘 안방극장을 지배하는 키워드인 ‘사이다’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방송 중인 SBS ‘김부장’은 방영 4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올해 방송된 드라마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판사 이한영’, ‘언더커버 미쓰홍’ 역시 빠른 전개와 강렬한 권선징악으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한 회, 혹은 한 주 안에 갈등을 압축하고 통쾌하게 해결하는 즉발성 카타르시스를 품었다는 것. 현실에서 쉽게 실현되지 않는 정의가 드라마 안에서는 시원하게 구현되기에 시청자는 열광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첫사랑과 재회, 오래된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는 ‘그대에게 드림’은 유행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왜 지금도 계속 만들어질까.

사진제공=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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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물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여러 조사에서도 사법 시스템과 범죄 처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확인됐고, 현실에서 해소되지 않는 정의에 대한 갈증이 드라마 속 사적 응징의 인기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흐름 앞에서 첫사랑과 재회라는 소재는 다소 고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이다 드라마에도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서사는 쌓여야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응징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려면, 그 전에 드라마 속 인물이 겪은 억울함과 감정에 시청자가 충분히 공감해야만 한다. ‘김부장’도 한 회 안에 그 과정을 압축해 보여줬다는 이야기다. 반면 ‘그대에게 드림’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 15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관계와 감정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서사를 세밀하게 따라간다. 결국 어느 드라마에나 감정의 밀도는 존재하지만, 그 밀도를 어디에 얼마나 배치하느냐의 차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방식은 모두 시장에서 통했다. ‘김부장’이 시청률 20%를 넘겼을 때 비교 기준으로 소환된 작품은 ‘눈물의 여왕’이었다.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보다, 오랜 오해와 기억, 무너진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리는 멜로장르였다. 최근 드라마 시장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기보다, 압축된 카타르시스와 오랜 시간 축적된 감정이라는 두 극단이 모두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제공=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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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림’은 후자에 가깝다.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은 이 작품을 사랑 이야기이자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꿈을 포기하기도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제는 짧은 사건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10대의 끝자락에 만나 가슴 벅찬 첫사랑임을 인지하고 느끼는 설렘, 20대에 사회에 나와서 느끼는 좌절을 지나 30대가 돼서야 다시 마주하는 시간의 축적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리움과 미련, 후회와 용서까지 쌓여 설득력을 얻는다. 이는 오래 쌓여야만 완성되는 정서다.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결국 이런 작품은 배우 역시 시간을 연기해야 한다. 그만큼 배우들에게도 요구되는 건 순간의 임팩트보다 감정의 레이어를 품은 연기다. 이혜리에게 있어 이 작품은 ‘응답하라 1988’ 이후 계속되는 성덕선의 이미지를 넘어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기회다. 주연으로 여러 작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뚜렷하게 대표작이라 부를 만한 작품을 남기지 못한 황인엽에게도 좋은 계기다. 두 배우 모두 이야기 전체를 이끌며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작품을 만난 셈이다.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에 시간을 견뎌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청자도 여전히 존재한다. 카타르시스의 시대에도 첫사랑과의 재회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재회물은 그 시간을 가장 정직하게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대에게 드림’은 유행을 거스르는 드라마가 아닌, 시간이 지나도 반복해서 선택되는 이야기의 힘을 다시 증명하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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