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중동 정세 악화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63엔을 넘었다. 이는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이다.
중동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진 탓이다. 국제유가도 다시 치솟았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가가 오르면 무역 적자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엔화 약세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경제·재정 운영 방침인 '호네부토 방침'을 일부 수정했지만 엔화 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초 다카이치 정권이 발표한 방침은 재정 확대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에 정부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우려를 씻으려 했지만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를 막을 정도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엔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지지율이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마이치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 지지율은 41%로 지난달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카일 로다 캐피털닷컴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유가 상승, 일본의 적극 재정 정책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데 일본 당국이 실질적으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은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갈등을 시작으로 미국과 이란이 연일 교전을 이어가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미군은 이날까지 11일연속으로 이란을 공습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깨진 상황에서 예맨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은 홍해 봉쇄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곡괭이산'을 조만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2.01% 오른 배럴당 91.01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2% 뛴 배럴당 84.91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모두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 수준이다.